"우리도 김재원 짜증난다"며…징계 안하는 與 '이준석 딜레마'
“우리도 짜증 나지만 징계까지는….”
잇따라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당 고위 관계자가 5일 한 말이다. 당내에서 분출하는 김 최고위원 징계 요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취지다.
약 3주간 이어진 김 최고위원의 설화 국면은 일단 김 최고위원의 셀프 자숙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김 최고위원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했고, 김기현 대표도 “김 최고위원은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썼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5ㆍ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 “4ㆍ3 기념일은 3ㆍ1절에 비해 격이 낮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세 차례 설화를 거치며 “징계하지 않으면 지지율 폭락”(홍준표 대구시장), “이러다 우파 쪼그라든다”(유승민 전 의원)는 요구가 분출됐지만 윤리위 회부 등의 조치는 없어 당내엔 “지도부가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두 번의 설화를 일으킨 후인 지난달 31일 “차후 (실수가) 반복되면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징계를 시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데 대해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도 윤리위 회부 검토를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로선 김 최고위원과 총선을 같이 치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윤리위가 위원장 사퇴로 공백인 점을 감안해 회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결정한 이양희 전 위원장 등 윤리위원 전원은 임기를 반년 앞두고 지난 3일 사의를 표해 윤리위는 공백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 전 위원장 사의 직후 “가만히 있으면 김재원 (징계) 건처리해야 될 테니까 (그만둔 것)”라고 주장했다.
“징계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부담”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에도 이 전 대표가 언급된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 등을 ‘양두구육’, ‘신군부’ 등에 빗댔던 게 문제가 돼 지난해 10월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설화에 대해 이 전 대표만 징계한다면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는 셈이다.
당사자인 이 전 대표는 이미 “양두구육이란 사자성어를 쓰면 1년 징계고, 전 목사나 5ㆍ18에 대해 뭐라 하는 건 무징계냐”라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한때 이 전 대표와 가까웠다가 사이가 멀어진 홍 시장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ㆍ망언을 한 김 최고위원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압박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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