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거버넌스 강화"…방향 같지만 가는 길이 다르다

김봉수 2023. 4. 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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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야당 우주개발거버넌스 개편안 정면 충돌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우주항공청 vs 대통령 직속 장관급 우주전략본부
전문가-산업계 "왜 필요했는지 이유에 대해 재고찰하자"

정부ㆍ야당이 우주개발 거버넌스 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전문가ㆍ산업계에선 원칙으로 돌아가 무엇이 더 한정된 자원·협소한 시장에 기술력까지 뒤처진 한국 우주 개발·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방안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우선 정치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강력한 힘을 가진 독립적인 우주개발 컨트롤 타워, 범정부적 정책 조정과 민간과의 협력 등을 주도해야 할 기관이 필요했다. 또 담당 조직ㆍ인력들의 전문성ㆍ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며, 국제 우주개발 외교에서 신뢰성ㆍ대표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제 김병진 쎄트렉아이 의장은 지난달 15일 과기정통부 주최 공청회에 참석해 "가장 중요한 것이 부처 간 조정 능력과 외교 능력"이라며 "기술ㆍ연구 전문가들보다는 소통, 협상, 조정에 필요한 언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우주청에서 일하면서 외국ㆍ국내 기관간 협상ㆍ조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우선 독립적 우주개발 컨트롤 타워 설치 및 부처 간 조율ㆍ민간 협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 안은 큰 차이가 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간접적, 야당 안은 직접적 방식이다. 정부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과기정통부 소관 외청 설치가 핵심이다. 부처 소관 외청은 차관급 기관으로 정부조직법상 독자적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자체 시행 규칙 등도 만들 수가 없어 위상ㆍ독립성이 약하다. 정부가 제안한 우주항공청도 마찬가지다. 차관급 기관으로 위상ㆍ기능에 한계가 있고 다른 부처들과 협의에서 힘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특별법안은 정부 차원의 우주개발 업무를 법적으로 조율ㆍ총괄하는 국가우주위원회를 활용해 이를 보완한다. 기존 국무총리인 국가우주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시키고 우주항공청장을 부위원장에 앉혀 실무를 총괄하는 식으로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관급이 부위원장을 맡아 직속 상관 격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타 부처 장관들이 위원인 국가우주위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안은 아울러 과 단위 조직 개편ㆍ예산 전용 등의 권한을 부여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5일 조승래 민주당 의원 외 21명이 대표 발의한 야당안(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안)은 아예 대통령 직속에 별도 장관급 기구를 신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위상ㆍ기능ㆍ역할을 강화하자는 안이다. 정부안처럼 대통령을 국가우주위원장으로 하되 직속으로 장관급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아름 조승래 의원실 비서관은 "지금도 우주 분야를 과기정통부에서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방부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에서 빚어진 부처 간 갈등에서 보이듯 이견 조정ㆍ조율이 어려웠다"면서 "산하 외청으로는 (우주개발 관련 부처 간 조정ㆍ조율이)안 되며 현재의 틀에서 새로운 조직 형태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부장을 장관급으로 해서 우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부처 간 조정ㆍ조율과 우주 개발 관련 기본 계획을 세우도록 권한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 조직의 전문성ㆍ안정성 강화 측면에선 방향은 같지만 세부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 과기정통부 체제는 비전문가ㆍ소수의 일반 공무원이 우주개발 체제의 핵심 정책ㆍ지원 기능을 담당하면서 많은 한계를 노출해왔다. 현장과의 갈등도 잦았다. 정부안은 별도 기관 설립을 통해 일차적으로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외국인ㆍ민간인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임금 상한을 없애고 주식백지신탁제도 예외로 했다.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ㆍ항우연) 등 국책 연구기관이 주도해 온 연구개발(R&D)도 별도 본부를 둬 전문 인력에게 일부를 맡길 수 있다는 방침이다. 야당 안은 다르다. 임기제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 직접 채용 방식을 택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정부안의 임기제 공무원 채용 방식에서 특혜ㆍ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주식백지신탁제 예외 문제나 타 부처와의 차별 논란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우주 행정 업무에만 전담하도록 정부안에서 기능을 일부 조정했다. 우주개발 R&D 기능을 빼고 정책 총괄ㆍ조정ㆍ예산ㆍ지원 등 행정 사항만 위임한다. 항공 분야 R&D 관련 기능도 제외했다.

대외적 대표성ㆍ신뢰도 제고를 통한 국제 우주 외교 협상력 강화는 어떨까? 야당 측은 '대통령 직속 장관급 전담 기구'를 내세운다.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전담 기구가 최고위직 내지 최고 의결 기구의 직속에 장관급 기구로 설치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안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비서관은 "한국이 새롭게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범부처 조정 능력을 가진 기구를 만들어 뭔가 해보려는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력 제고를 자신했다.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대체로 '문제없다'라거나 '하위 법령 제·개정 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특별법안에)우주항공분야의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전문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운영하기 위한 원칙과 기능, 특례 등이 담겨있다"면서 "설치와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하위법령에 마련함에 있어 우주항공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 우리나라 우주항공 기술 및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혁신적인 우주항공 전담 중앙행정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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