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교통약자가 되면서 알게된 것

이혁진 2023. 4.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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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내가 사고직후 외관상 멀쩡한데 다음날부터 허리와 무릎관절에 이상이 온 것이다.

교통사고 후 평범한 일상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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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 배우는 교훈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혁진 기자]

2월 초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내와 길을 걷는데 뒤에서 승용차가 와서 들이받았다. 하마터면 두 사람이 졸지에 '황천길'을 갈 뻔했다.

나는 옆에서 아내가 추돌로 튕기는 것을 목격했다. 아내는 받히고 고꾸라지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아 땅에 뒹구는 '2차사고'를 간신히 면했다. 그야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와중에 나만 멀쩡해 죄스럽기도 하다.

사고 현장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차량 탑승자와 아내 모두 놀라 당황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자신이 사고 낸 지도 모르고 있었다. 조수석에 탄 동생이 "언니가 뭔가 잘못 본 것 같다"며 사과했다.

사고 원인과 수습은 간단했다. 잘잘못을 떠나 '블랙박스'가 현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과 보험사 직원이 '블박'을 통해 운전자 과실을 확인하고 병원치료 등 모든 사후처리는 보험회사로 인계됐다.

문제는 아내가 사고직후 외관상 멀쩡한데 다음날부터 허리와 무릎관절에 이상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 2개월 여 검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다.

노약자석은 '노인 전용 좌석'이 아님에도 
 
 지하철 엘리베이터
ⓒ 이혁진
   
 지하철 엘리베이터
ⓒ 이혁진
통원치료 차 지하철을 이용하면 내가 할 일은 아내가 탈 엘리베이터부터 찾는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찾기 힘들면 아내는 계단 오를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이제는 역마다 엘리베이터 위치를 어느 정도 꿰고 있을 정도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느낀 게 한둘이 아니다. 거들떠보지 않던 엘리베이터에 노인들과 장애인들만 타는 게 아니었다. 노인 축에도 못끼는 아내 같은 환자와 많은 교통약자들이 타고 있었다. 캐리어를 끄는 젊은이와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살펴보니 엘리베이터 이용객들은 나름대로 순서가 있고 서로 입장을 배려하고 있었다. 누가 타던 공간을 내어주고 탈 수 있도록 양보했다. 이에 맞춰 엘리베이터 문도 천천히 작동하고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겪었다. 아내가 허리 통증이 심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가는데 한 노인으로부터 "왜 노약자석에 있느냐, 자리를 양보하라"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내는 아무리 아프고 불편해도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다. 노약자석은 노인들 전용석이 결코 아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 이혁진
교통약자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아내와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이용에 그닥 관심이 적었다. 우리 부부 역시 계단을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교통약자가 되고 보니 그게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 한발짝 한발짝 천천히 내려가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수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교통약자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들에게 따스한 눈길과 배려가 절실하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 아내를 앞세우고 비집고 들어서는데 고수 아주머니 왈, "아저씨, 안으로 더 들어오세요. 문에 바짝 있으면 문이 안닫힙니다."

교통사고 후 평범한 일상이 부럽다. 언제쯤 엘리베이터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아내가 예전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계단을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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