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소송나선 이들 "30년 전 복귀? 조례 폐지안 수리 위법"

차원 2023. 4. 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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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학생·교사 등 소송인단에...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 위법, 왜냐면"

[차원 기자]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서울시의회(아래 시의회)의 서울학생인권조례(아래 조례) 폐지안 수리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회가 김현기 의장 명의로 지난 3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하면서, 학생인권 조례가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공대위 측은 지난 4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폐지 수리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과 3항을 어긴 위법"이라며 소송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알렸다. "'학생인권조례' 주체인 학생·교사·보호자 9인으로 소송인단을 구성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는 얘기다.(관련 기사: 화난 청소년들 "학생인권조례 폐지? 학생 학대선언"  https://omn.kr/22oxb )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는 위법이다” 구호 외치는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 차원
 
강혜승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3월 13일 시의회 김현기 의장 명의로 조례 폐지안이 발의됐다. 교육위 심사를 거쳐 가결되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공대위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의 자문으로 조례 폐지안 수리의 위법성을 검토했는데, 위법임이 확실하다 생각돼 법적 대응을 위한 소송인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관련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과 3항에 따르면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행정기구를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사항은 주민조례청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조례 폐지안은 헌법이 보장한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폐지 조례안으로 인해 학생인권교육센터 등 행정기구가 폐지되므로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소송대리인단장 김수정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소송 원고는 모두 서울시민 학생, 학부모, 선생님, 일반시민 등 조례가 폐지되면 권리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받는 당사자들"이라면서 "의장이 폐지 조례안을 수리하고 발의한 행위가 무효라는 점을 확인받기 위한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즉 주민이 청구한 조례가 위법이므로 의장은 수리하지 말고 각하해야 했으나, 수리해 무효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항 위반을 위반하고, 헌법과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0일 오후 2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공대위) 소속 청소년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우리에게 물어는 봤느냐”고 외쳤다.
ⓒ 윤근혁
 
김 변호사는 이어 "조례 폐지안에 따르면 행정기구인 학생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폐지된다. 그러나 이들은 교육감이 관련 법령에 따라 설치한 행정기구이므로, 폐지안은 법률을 위반하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시의회의 조례 폐지 움직임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국제인권기준, 특히 차별 금지 원칙에 반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때문에 겪는 차별에 대한 보호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대진 교사 소송인 대표는 "서울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조례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학생인권은 모두가 향유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학생인권의 범위에 대해, 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토론할 수는 있지만 학생인권의 존재 자체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민주주의 최고의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훼손하는 문제에 관한 토론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향유해야 할 학생 기본권 위해 소송까지 할 줄이야... 조례 폐지 무효여야"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에 모여 피켓을 든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 차원
 
김지영 학부모 소송인 대표는 "30년 전 중학생 시절 교복 치마 길이, 머리 모양까지 획일적으로 통제 받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당시 괴로웠지만, 그땐 내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배우지 못해 꾹 참고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조례가 제정됐을 때 너무 반가웠고, 학부모로서 학교에 갈 때마다 학생들을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학교를 보며 감격했다"면서 "조례 제정 이후 학생들은 주인의식을 갖는 학교의 일원이자 성숙한 시민으로 잘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인단에 학생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병석 전국학생협회 수도권통합지부 부지부장은 "'학생이 왜 공부는 안 하고 이런 곳에 오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공부하고 싶다. 그런데 사회가 자꾸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게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며 "서울시민, 시의회 의원들에 부탁드린다. 조례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소송인 대표 박은정 공대위 운영위원장은 "11년 전, 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조례는 서울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이런 노력과 외침이 깡그리 무시돼 허무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모든 학생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조례의 가치"라며 "그런 기본권을 위해 소송까지 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과거에는 상식처럼 당연시되던 체벌, 두발단속, 밤늦은 야간학습, 아침도 못 먹을 정도의 이른 등교 등은 조례 덕분에 변할 수 있었다. 조례 폐지는 반드시 무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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