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도 '대장동 일당'?…검찰, 남욱→김만배 주도권 넘어간 시점 주목

황기현 2023. 4. 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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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영수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하던 2014~2015년 사건 주목
박영수-김만배 '200억원 수수 약정'…우리은행 대장동 사업 참여 철회 영향력 대가 의심
우리은행 빠진 2014년 12월, 대장동 사업 주도권 '남욱에서 김만배로' 넘어간 시기
남욱,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태·정치권 불법 로비 관련 혐의로 검찰 수사대상 올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의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둘러싼 의혹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 2011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주도했던 남욱 씨가 2014년 12월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 시점부터 사업의 주도권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넘어가기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벌어진 일들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이 김만배 씨와 맺은 200억원 수수 약정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철회한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우리은행 본사와 박 전 특검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은행은 2014년 10월 말부터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정영학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2~3차례 회의를 했고, 민간업자들은 우리은행을 컨소시엄 대표사로도 선정하려 했지만 결국 그해 12월 우리은행은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일단 '200억원 수수 약정'이 이사회의장으로서 우리은행이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하고 PF대출에 편의를 봐 주는 것의 대가 차원이었다고 보고 있으나, 정반대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장동 사업 전개상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를 무산시키는 방법으로 김 씨 측에 도움을 줬다는 시나리오도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진 2014년 12월은 대장동 사업 주도권이 남욱 씨로부터 김만배 씨에게 넘어간 시기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주도해온 남욱씨는 대장동 사업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2014년 12월 2일 '서판교자산관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등기상 대표는 박 전 특검의 최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의 사법연수원 제자인 권모 변호사였다. 검찰은 대장동 관계자들로부터 "권 대표는 양 전 특검보가 소개한 인물"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초기부터 양 전 특검보를 통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김만배 씨(왼쪽)와 남욱 씨(오른쪽).ⓒ데일리안

그러나 같은 달 남욱 씨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 부실 대출을 일으키고 LH를 대장동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던 우리은행이 빠져나간 것도 이 시기다. 결국 서판교자산관리는 유야무야됐고, 김만배 씨는 2015년 2월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설립해 그해 3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서판교자산관리의 지분은 남 씨가 45%, 김 씨 25%를 나눠 가지고 있었지만, 화천대유에서는 김 씨 측 지분이 49%가 됐고 남 씨의 지분은 25%로 줄었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의 참여는 단순히 PF대출을 넘어서 해당 컨소시엄의 사업 안정성 자체를 담보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은행 사업 참여 무산으로 서판교자산관리는 사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고 결국 공모에서 낙점될 가능성도 낮은 실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도권이 변경된 이후에도 검사와 법조 기자로 맺은 박 전 특검과 김만배 씨의 관계는 탄탄하게 유지됐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서 일하게 된 것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도, 인척인 이모 씨가 대장도 아파트 분양을 맡을 수 있게 된 것도 그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밖에도 남욱 씨와의 친분으로 대장동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하던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데도 박 전 특검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박 전 특검이 은행권 참여라는 명분과 이익 감소 우려라는 실리를 내세워 부국증권 참여 반대 의사를 김만배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노린 김만배 씨의 이익과 박 전 특검의 의사가 맞물려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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