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3년간 폰 쓰는걸 못봐…정보 진공 상태" 러 정보장교 폭로
“푸틴 대통령은 세상과 연락을 끊었다. 벙커 관저에서 정보 진공 상태로 살면서 자신과 가족의 생명만 소중히 여긴다. (이 같은)전범 대통령을 따르는 것을 중단하고 전쟁을 멈추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러시아 연방경호국(FSO)의 글렙 카라쿨로프 정보장교가 푸틴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편집증적 성격 등에 대해 공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4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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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휴대전화·인터넷 사용 안 해
군사우주사관학교를 졸업한 카라쿨로프 장교는 지난 2009년 FSO에 들어가 약 13년 동안 푸틴 대통령에게 암호화된 통신을 제공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튀르키예(터키)를 거쳐 서방국가로 탈출한 후, 푸틴 정권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영리단체인 도지어센터에 푸틴 대통령에 대해 폭로했다. 카라쿨로프 장교는 최근 러시아에서 서방으로 망명한 최고위 정보장교로 꼽힌다.
카라쿨로프 장교는 푸틴 대통령이 ‘정보 진공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푸틴 대통령이 휴대전화,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그는 모든 정보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만 얻어 사실상 정보 진공 상태에 살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보 고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카라쿨로프 장교는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는 활기차고 활동적이었는데,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세상과 자신을 차단하면서 현실에 대한 생각이 왜곡됐다”면서 “21세기에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라쿨로프 장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건강을 극도로 챙겼다. 최근까지 15~20분 행사라도 2주 동안 엄격한 방역을 준수시켰고, 2주 격리한 직원만 같은 방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여전히 하루에 몇 번씩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는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해외출장이 취소된 것은 한두 번뿐으로 70대의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암살 두려워 보안에 집착
푸틴 대통령이 암살이 두려워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편집증적인 모습도 소개했다. 예컨대 푸틴 대통령이 머무는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발다이·소치 등 모든 관저의 집무실을 똑같이 꾸몄는데, 이는 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비밀이 보장된 대화를 할 수 있는 높이 약 2.5m의 전화 부스를 들고 간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 대사관 내 폭탄대피소를 설치하는 등 방공에도 한층 신경 쓰는 상태라고 한다.
그 외에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폭로한 푸틴 대통령의 호화 궁전, 요트 등과 푸틴 대통령이 밝히지 않는 두 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카라쿨로프 장교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 푸틴 정권에 실망을 느꼈다. 그는 “당시 크림반도에 가서 사람들을 직접 만났는데 합병에 대한 찬반은 반반이었다”면서 “그런데 100%에 가까운 찬성이 나왔고 그때 처음으로 푸틴 정권에 의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보고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카라쿨로프 장교는 “전범인 푸틴 대통령을 따르면서 살고 싶지 않고, 딸을 더 나은 곳에서 키우고 싶었다”면서 “동료들이 더 많은 증거를 가지고 나와 전쟁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내무부 범죄 용의자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지명 수배자로 등록되어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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