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외국인 감독' 시대, 사상 최고 황금기
[박진철 기자]
▲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36) 감독 |
ⓒ 박진철 |
남자배구 대한항공이 팀 창단 역사상 최고 황금기를 활짝 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V리그 포스트시즌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를 거두고, 올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20-2021, 2021-2022, 2022-2023시즌까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올 시즌에는 KOVO컵 우승, V리그 정규리그 1위, V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독차지하며 '트레블'까지 달성했다.
V리그에서 통합 우승은 한 시즌에 정규리그 1위(우승)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달성한 경우를 말한다.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하기도 어려운데, '3년 연속 통합 우승'은 그야말로 V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출범한 V리그 19시즌 역사에서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팀은 남녀 14개 팀 중에서 단 1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배구 삼상화재가 지난 2014년 4월 3일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1-2012, 2012-2013, 2013-2014시즌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그리고 정확히 9년 만인 2023년 4월 3일 대한항공이 2번째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시즌에는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V리그 최초' 역사에 도전한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번에 트레블까지 동시에 달성했다. 트레블 기록도 V리그 역사상 남녀 배구를 통틀어 3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배구 삼성화재가 지난 2009-2010시즌에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한 바 있다. 이어 여자배구 GS칼텍스가 2020-2021시즌에 2번째 트레블을 달성했다.
▲ ?대한항공, 3년 연속 '통합 우승' 달성 모습 (2023.4.3) |
ⓒ 박진철 |
대한항공의 최근 3시즌 기록은 팀 창단 37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최고 성적이다. 대한항공은 1986년 팀을 재창단한 이후 그 해 대통령배 대회부터 겨울 리그에 참가해 왔다. 그러나 2016-2017시즌 V리그까지 무려 31년 동안 단 한 번도 겨울 리그에서 최종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7-2018시즌 팀 창단 후 32년 만에 최초로 겨울 리그인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당시에도 정규리그 우승은 실패했기 때문에 통합 우승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통해, 대한항공은 명실상부하게 삼성화재의 남자배구 1대 왕조 시대에 이어 '제2대 왕조 시대'를 활짝 열였다.
대한항공의 새 왕조 구축은 한선수(38·189cm)라는 걸출한 세터를 중심으로 정지석, 곽승석으로 구성된 탄탄한 아웃사이드 히터, 그리고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성공 등을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요인으로 외국인 감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감독이 모두 외국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V리그 남녀 14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감독이 이끈 팀이었다.
대한항공(구단주 조원태) 프런트는 지난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 감독인 이탈리아 출신의 산틸리(당시 55세) 감독을 영입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에도 핀란드 출신의 젊은 토미 틸리카이넨(당시 34세) 감독을 영입했다.
단순히 외국인 감독만 영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코치까지 감독이 지명하는 외국인 코치를 세트로 영입했다. '외국인 감독과 외국인 코치'를 동시에 영입한 경우는 V리그 역사상 대한항공이 최초다. 그 결과는 팀 창단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선진 배구, 선수 성장, 대표팀 전력에도 '기여'
대한항공 구단 프런트가 외국인 감독 영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팀 플레이를 유럽·남미식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로 전환하고, 팀 분위기도 혁신하기 위해서였다. 선진 배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훈련 방식부터 선수 육성 및 선수 기용 마인드까지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외국인 감독 시대 3년 동안, 팀 분위기와 배구 스타일이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다. 대한항공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 구성은 좋은데, 성적은 시원치 않았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박기원(72)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6-2017시즌부터 그런 오명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국인 감독 시대 3년 동안, 팀 플레이 스타일과 선수 기용·육성 측면까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로 확실하게 바뀌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최강팀 면모를 구축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링컨(30·200cm)은 올 시즌 정규리그 초반부터 경기를 뛴 외국인 선수 중 팀 내 공격점유율이 27.9%로 가장 낮다. 같은 조건의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은 팀 내 공격점유율이 40~45%에 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이 국내 선수 발전과 대표팀 전력 향상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우선 플레이 스타일이 세계 배구 강팀들의 추세와 같은 방향으로 변모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의 독점 포지션인 아포짓에 국내 장신 아포짓 임동혁(24·201cm)을 의도적으로 적극 기용했다.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에 찬성한 국내 감독들과 달리, 유일하게 토미 감독만 '국내 선수 발전'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서 국내 선수가 코트에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 역량과 구단 '혁신 의지' 중요
사실 그동안 국내 배구계 분위기로 볼 때, 구단 프런트가 외국인 감독 영입을 결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의 외국인 감독 결단은 대성공이었다. 또한 다른 구단들도 외국인 감독을 이미 영입했거나 영입하려는 기류로 변화시키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외국인 감독이 많이 들어온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결국 감독의 성공과 실패는 국적이 아니라, 감독 본인과 구단 프런트의 역량, 그리고 혁신 의지에 달린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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