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오른 자신감… 다시 시작된 LG의 세리머니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세리머니가 다시 시작됐다. 선수들의 표정에선 자신감이 느껴진다.
LG 4번 타자 오스틴 딘(30·미국)은 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때린 뒤 멋드러진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편 게 아니라 세 개만 펼쳐 'OK'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문성주는 같은 손 모양을 하고 흔들었고, 서건창은 무심한 듯 머리 위로 들어올리기만 했다.
오스틴은 4일 경기 뒤 "동료들과 약속한 세리머니다.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우승을 의미하는 세리머니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LG는 MBC 청룡을 인수한 첫 해인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1994년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LG 더그아웃은 활기차다. 과거엔 다소 딱딱하고, 규율이 엄격한 편이었지만 요즘엔 밝은 편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리머니도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이다. 2019년 '안녕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선수들이 안타를 치면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격하게 흔들었다. 주인공도 역시 인사하듯 손을 들어 답한다. 그해 입단했던 김민성이 뒤늦게 첫 안타를 때렸고, 주장 김현수가 손짓을 한 게 세리머니로 발전했다. 부끄러워하는 선수들까지 동참시키기 위해 '3초 안에 해야 한다'는 규칙까지 만들었다. 나중에는 팬들까지 합세해 함께 즐겼다.
2020년엔 모기업의 신형 핸드폰을 여는 모션을 하기도 했고, 2021년엔 손목 시계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손목의 시계를 매만지는 듯한 동작이다. 별세한 구본무 전 LG 트윈스 구단주를 기린 거였다. 평소 야구 사랑으로 유명했던 구본무 구단주는 해외 출장 도중 수천만원대의 R사 시계를 구매했다. 94년 이후 우승컵을 들지 못하자 한국시리즈 MVP를 위한 부상을 내걸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선수들은 언젠가부터 세리머니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꼭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얽매일까봐서였다. 대신 첫 안타를 친 선수가 하는 세리머니를 따라하기로 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해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LG 전력은 탄탄하다.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 애덤 플럿코 모두 안정적이다. 불펜진도 리그 정상급이다. 야수들의 공격력과 수비력도 훌륭하다. 전문가들은 모두 LG를 우승후보로 꼽고, 10개 감독이 참석한 미디어데이에서도 KT 위즈와 함께 가을야구 진출 후보 1순위로 지목됐다.
염경엽 감독의 합류로 팀 컬러도 조금 바뀌었다. 염 감독의 장기인 '기동력'을 섞었고, 기존의 강점은 유지하고 있다. 고우석, 이재원 등 부상자까지 돌아오면 더 강해진다. KT와의 개막전에서 지긴 했지만, 2연승을 달리는 등 출발도 나쁘지 않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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