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면에 '친윤 핵심 재등판론' 솔솔

親尹 이용, 신평 향해 "대통령에겐 멘토 없어" 직격
앞선 '친윤계 여론 주도 방식' 답습…재등판론 등장
당내선 "尹 가까운 의원이 당 주도하는게 당연" 의견
일각선 "당내에 내재된 갈등의 불씨 커질 것" 우려도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공감' 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정진석 의원(왼쪽 네 번째)과 장제원(왼쪽 첫 번째), 이철규(왼쪽 다섯 번째), 김기현 대표(왼쪽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親尹)계 핵심으로 꼽히는 의원들이 다시 당 전면에 나서 당내 여론을 이끌어나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잇단 당 내부의 실언 논란으로 복잡해진 당 상황을 정비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합이 맞는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장악한 만큼 친윤의 당내 '그립'이 상당한데다, 정부에서 원하는 당정 일체에 가까워질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는 만큼 당내에서도 친윤계의 등판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던 신평 변호사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멘토가 없다. 대통령에게 멘토가 없다는 사실은 멘토를 가장(假裝)하는 변호사님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더 이상 '윤의 멘토' 신평발 창작물은 두고 보지 않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대가 확립하고 지켜온 자유의 확장이라는 소명, 문재인정권의 위선이 망가뜨려놓은 대한민국을 바로잡겠다는 의지, 대장동 일당을 위시한 범법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윤 대통령의 길"이라며 "그 길을 걷는 데 대통령의 멘토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우리 국민의 민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 의원이 이같은 메시지를 낸 이유는 앞서 신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윤 정부는 지금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며 "윤 대통령이 대구의 서문시장을 네 번이나 방문한 것은 그 상징적 예다. 그것은 달콤한 늪"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신 변호사는 곧장 페이스북에 "나잇값을 하지 못하고 이 의원이나 여러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모두 부족한 내가 잘 헤아리지 못하고 글을 쓴 탓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든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시고나서 나 스스로 연락을 끊었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이용 의원의 발언이 단순한 의원 한 명의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고, 당내에서도 친윤의 핵심 멤버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통령의 의중도 어느 정도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런 메시지는 절대로 혼자서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누군가와 논의를 했던지, 누군가의 말을 들었던지 당내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한 것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이미 친윤들이 여러 차례 등판해 당내 분란을 정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를 저격한 이 의원은 앞서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을 빚은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의총장에서 "여당이 윤석열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다른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도 전당대회 기간 동안 안철수 의원을 '반윤'으로 규정하면서 당내 여론을 주도하려는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달 2일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정권교체 이후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동지들을 향해 윤핵관이니 윤심팔이니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수행에 태클 걸었다"며 "윤심이 필요해지니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지적하면서 당내 여론을 친윤으로 평가받던 김기현 대표 쪽으로 끌어오기도 했다.

이에 전당대회 이후 주요 당직을 맡으면서 당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친윤계 의원들이 현재 당내에서 벌어진 다수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면에 재차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7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서도 김학용·윤재옥 의원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원내수석부대표 자리에는 김정재(포항북구·재선)·이양수(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재선)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이들 역시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인 만큼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무대는 이미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또 친윤계로 꾸려진 당내 공부모임 '국민공감'이 지속해서 다른 의원들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친윤계의 재등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열린 공부모임에서 43명의 의원들을 모으면서 여전한 세를 보여줬던 국민공감은 이달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의 특강을 위해 6차 모임을 개최할 방침이다.

이 모임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일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굴종 외교'라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미·한일관계 등 외교 현안에 대한 강연을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당이 대야(對野) 투쟁에 앞장서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 안팎에선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재등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가 여당이니 대통령과 소통이 되는 의원들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 당내에서 혼란스러운 발언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대통령과 합이 맞는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런 소문이 나는 것 자체가 당이 비정상적 아닌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공천에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 친윤이 재등판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만큼 오히려 당내에 내재된 갈등의 불씨가 더 커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