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차별문제' 발 벗고 나선 일본 아미들
[김지운 기자]
▲ 다큐멘터리 <차별> 온라인 상영회 수익금을 도쿄조선제2초급학교에 기부하고 있는 일본 아미 하즈키씨. |
ⓒ 도쿄조선제2초급초급학교 |
다큐멘터리 <차별>(김도희·김지운 공동연출, 이스크라21)은 201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10개의 조선고급학교 중 5개 학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좇은 다큐멘터리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22일 전국극장개봉, 현재 상영을 진행중이고, 일본에서는 4월 1일 오사카 시네누보 영화관에서 개봉,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경우 와이드 릴리즈(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동시에 배급하고 상영하는) 방식이 아닌 로드쇼(하나의 극장 상영이 끝나고 다시 다른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으로 상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드쇼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영화관 외 자체적으로 상영회를 주최하는 자주 상영(공동체 상영)이 많고 최근에는 온라인 상영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다큐멘터리 <차별>도 일본에서 온라인 상영을 진행했다. 특이한 점은 이 상영회의 주최자가 영화배급사가 아닌 일본 아미(ARMY, BTS 팬클럽) 활동을 하는 회사원 하즈키씨와 4명의 동료 아미들이라는 것. 상영회는 신청자가 몰려 일찍 접수를 끝냈다. 유료관객만 110명, 관객들 대부분은 일본인들이었다. 상영수익금 18만 엔(한화 약 180만 원)은 도쿄 조선제2초급학교로 기부됐다. 하즈키씨와 동료 아미들은 이 온라인 상영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온라인 상영회는 4월 28일 열린다.
"<차별> 보고 나서 충격, 일본 내 문제 너무 몰랐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본 아미 하즈키(葉月)입니다. 일본인이고, 회사원입니다."
-3월 26일 다큐멘터리 <차별>의 온라인 상영회를 주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월 5일 에다가와에 있는 도쿄조선제2초급학교에서 영화 <차별> 상영회가 열린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됐고, 조선학교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조선학교를 가봐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상영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차별>을 보고 나서 내가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 문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건 일본 사회의 문제인데 몰랐다고.
그래서 동료 아미들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K-pop 팬들이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차별>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온라인 친구들은 지방에 살고 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를 보러 나가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차별>을 보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온라인 상영회를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함께 우토로 마을의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갔던 일본 아미들에게 제안을 했고 함께 하겠다는 4명의 아미와 저, 총 5명이 이번 온라인 상영회를 열게 됐습니다."
-<차별>을 본 관객의 소감은 어땠나요?
"메일을 잘못 보냈거나 해서 참가해 주신 몇몇 분께 폐를 끼치기도 했지만 온라인 상영회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관객들의 소감은 다양했는데 조선학교 차별문제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죄송하다거나, 내가 조선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싶다거나, 자신이 직접 온라인 상영회를 열어 조선학교 차별문제를 일본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극소수 조선학교의 교육 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도 계속적으로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일본 아미들과 우토로 마을과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고 했는데?
"저는 교토에 살았던 적도 있었는데, 우토로 마을에 가본 적도 없었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소식을 듣고 일본 아미 활동을 하는 동료들과 우토로 평화기념관 부관장 김수환씨에게 가이드를 부탁하고 단체로 갔습니다. 꽤 오랫동안 질문을 해서 부관장님도 피곤했을 것 같아요. 우토로에 갔을 때 우리밖에 없었고 주민분들과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용하고 화창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맞은편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는 자위대원이 행진을 하고 있어서 비행장의 자취를 느꼈습니다.
우토로 마을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남겨주고 평화기념관을 만들어줘서 감사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함께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고마웠고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즈키씨와 동료 아미들이 자이니치 코리안(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 아미도 많으니까, 어디까지나 제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 BTS의 팬이 되고 나서,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1위를 하거나, 노래 프로그램에 나오거나, 화제가 될 때마다 트위터에서는 원폭 티셔츠에 대한 항의나 비난 트윗이나 악성 댓글이 달려서 왜 그럴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살펴봤는데,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똑같이 자이니치 코리안에 대해서도 증오 발언이나 소수자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아미 중에서도 자이니치 코리안이라는 걸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애기를 나누면서 '일본 사회에서 자이니치 코리안들은 여러 가지 차별을 당하고 있구나'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밤에도 그런 걸 트위터 공간에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여러 차별을 당하면서 자이니치 코리안인 내가 나쁘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메시지를 줘서, 나는 같은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왜 몰랐을까, 왜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알아야겠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본사람들이 조선학교 차별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차별> 온라인 상영회는 정기적으로 계속 개최해 나갈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일본 내 사회 문제 특히 소수자 차별문제에 대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 상영회 개최입니다. 그리고 조선학교에 많이 놀러가는 것과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씩 늘려가는 것입니다."
5인의 일본 아미들의 선한 영향력이 나비효과가 되어 한국 아미들과 더불어 함께 조선학교 차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 잘못된 식민의 역사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 가는, 그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 우토로 마을
우토로 마을은 1940년대 초반 일본 교토 군사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광복 후에도 임금 체불 등의 사정으로 귀국하지 못한 한국인들이 1980년대까지 상수도 시설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과 차별 속에서 살아온 곳이다. 1989년에는 토지 소유권이 일본 부동산 업자에게 넘어가 주민들이 퇴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2021년에는 한국이 싫다는 일본인이 불을 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에 2022년 4월 30일 개관한 기념관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이 터를 잡은 '우토로 마을'의 아픈 역사를 담아낸 공간이다. 기념관 건립은 2007년부터 첫 기획 이후 한국 정부와 일본시민단체 그리고 우토로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 2022년 4월 개관에 이르렀다. 기념관의 명칭은 전쟁의 참화와 민족 차별을 겪은 현장이라는 점에서,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의 '기념관(祈念館)'으로 정해졌다.
▲ 다큐멘터리 차별 메인포스터 다큐멘터리 '차별'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중이다. |
ⓒ 김지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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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지운 시민기자는 다큐멘터리 <차별>을 공동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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