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두 번 만찬, EU위원장 냉대…中 의전 갈라치기 속내는

신경진 2023. 4.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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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1월 6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환영의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중국을 동시에 방문했다.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하면서 또다른 정상급 지도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해선 미지근한 의전을 예고해 ‘갈라치기’ 접대를 연출하는 모습이다.

지난 3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하며 베이징과 광저우(廣州)를 찾는다고 발표했다. 동행 형식으로 중국을 찾는 정상급 지도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선 별도 언급이 없었다. 이날 마오닝(毛寧) 대변인이 브리핑에 앞서 “중국과 유럽 양측의 상의를 거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5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며 짧은 통지에 그쳤을 뿐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 2면에 두 지도자의 방중 소식을 보도하면서 기사량과 작은 제목에서 국빈 방문과 단순 방문의 차이를 부각했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내 여론을 중국과의 경제 외교 성과로 반전시키려는 마크롱 대통령을 시 주석은 베이징에 이어 광저우에서 추가 만찬을 함께하며 환영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이 집권 3기 취임 후 처음 맞는 국가수반이기도 하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만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트위터

지난 31일 마라톤회담을 가졌던 스페인·말레이시아·싱가포르 총리는 국가수반이 아닌 정부 수반이어서 리창(李强) 총리가 공식 환영 의식에 참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 권력 서열 1~3위인 시진핑·리창은 물론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대 위원장 모두와 회견한다. 또한 환영의식과 국빈만찬을 시 주석이 직접 주재한다.

반면에 중국이 개혁개방 시대에서 후퇴해 새로운 안보와 통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유럽의 대중국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해선 형식적 의전에 그치는 분위기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리창 총리와 6일 오전 회담에 이은 실무 오찬, 오후 시진핑-마크롱과 3자 회담에 이어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갖는 데 그친다고 주중 EU 대표처가 발표했다. 그는 6일 오후 베이징 외신 기자를 만나 회담 성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홍콩 명보는 5일 중국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마크롱 대통령의 수행 인원으로 간주한다고 묘사했다. 홀대의 배경을 두고선 폰데어라이엔이 미국의 유럽 대리인이자 EU의 대중국 강경파로서 2024년 EU위원장을 마친 뒤 차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에 오를 유력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11월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이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찾는 배경에는 경제적 위기감이 자리한다. EU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대외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화물무역 적자가 2021년 1053억 유로(151조4930억원)에서 4320억 유로(621조6609억원)로 폭증했다. 그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가 3957억 유로(569조4242억원)으로 58.1% 늘며 전체 적자의 약 90%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실리를 위한 프랑스의 중국 ‘구애’는 절실하다. 에어버스 경영진 등 60여명의 기업인이 동행한다. 2019년 1.6%였던 프랑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21년 1.5%, 2022년 1.3%로 줄며 독일의 4.1%에 크게 뒤떨어지자 이번 방문에서 만회하겠다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7일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이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당 서기를 역임했던 광둥성을 방문한다. 중산대학에서 대학생 1000여명 앞에서 연설할 마크롱 대통령을 위해 시 주석은 직접 광저우로 내려가 추가 만찬을 주재할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 중국어판이 5일 보도했다.

대조적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방문에 앞서 지난달 30일 브뤼셀에서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의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의 ‘분할 정복 전술(divide and conquer tactics)’을 직격했다. 그는 “강력한 유럽의 중국 정책은 EU 회원국과 기구들의 강력한 협조와 직면하고 있는 분할 정복 전술을 피하려는 의지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 시대의 페이지를 덮고 새로운 안보와 통제의 시대로 들어섰으며, ▶안보와 통제 의무가 자유 시장과 개방 무역의 논리를 능가하고, ▶중국공산당의 목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질서의 체계적인 변화임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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