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유보통합'…추진위 '지각 출범'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치는 유보통합을 위한 늦은 첫 발걸음을 뗐다. 유보통합의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 심의·의결기구인 추진위원회가 4일 출범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1차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추진위원회(유보통합추진위) 회의를 열고 '유보통합 추진 업무계획안' 등을 심의했다.
◆유보통합이란=앞서 정부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뉜 유치원과 어린이집 감독기관을 2025년까지 교육부로 통합하고, 두 기관의 교육·돌봄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유보통합'을 실시하기로 했다. 어린이집(보건복지부)과 유치원(교육부)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주무부처를 단일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유보통합의 목적이다.
유보통합은 28년 전인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부터 논의됐지만, 쟁점이 워낙 복잡해서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공시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등 행정, 교육과정 통일까지는 진행됐으나 교사 자격과 관리부처 통합은 추진하지 못했다.
유보통합추진위는 올해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정보체계 마련을 추진하는 등 두 기관 간 서비스 격차 해소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유치원 결원이나 입소 대기 정보를 월 단위로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또 유보통합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선도교육청'도 지정해 6월부터 지원한다.
◆유보통합, 어디까지 왔나=당초 유보통합추진위는 2월에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1달 늦춰지면서 ‘지각 출범’을 하게 됐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갈등 속에 번번이 무산됐던 유보통합이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아동 교육의 출발선상부터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유보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이어 올해 1월 말에는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추진 일정을 공개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유보통합추진위원회와 유보통합추진단을 중심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 실시한다는 게 당초 정부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유보통합추진위 위원 구성 과정부터 잡음이 일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재 유보통합추진위의 공식 입장은 당초 계획된 스케줄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2025년에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어린이집 업무와 정원, 재정을 교육부, 교육청으로 넘기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정책연구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계 갈등은 여전한 난제=현재 유보통합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극심하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을 위원으로 위촉했으나 최종 발표된 위원 명단에는 노조 측이 아닌 어린이집 교사가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부는 “노조 관계자는 여러 추천인 중 한 명으로 검토 단계에서 연락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양성 과정을 통합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목표이지만, 이 부분도 난항이다. 유치원 교사는 4년제 대학에서 교직 이수 과정을 거쳐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2년제 대학 또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전문학사 학위와 관련 과목 이수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유보통합을 하게 될 경우 교사 처우가 하향 평준화되거나, 높은 자격을 요구하는 유치원 교사가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향후 남은 과제는=우선,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 현황 파악을 위한 통계 공유와 아이 중심 유보통합 용어 사용 등 실무적인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폐업 유치원·어린이집이 증가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 장애 영유아에 대한 지원 필요성 역시 제기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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