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해봤던 상상... '차 떼고 포 뗀' 백종원의 진검승부
[김종성 기자]
백종원은 누구일까. 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하는 까닭은 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서이다. 집밥선생, 푸드파이터, 카운슬러, 심사위원 등 방송에서 그가 맡았던 여러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물론 그것도 백종원(의 일부)이다. 하지만 백종원의 '본업'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바로 '사장 백종원'이다. 대한민국 밥장사를 호령해온 장사 만렙, 백사장 말이다.
백종원이 낯선 나라의 식당 주인이 된다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질문이다. 음식에 대해 조예가 깊고, 요리 실력도 뛰어난 데다 요식업 경력에 경영 철학까지 갖춘 그가 직접 식당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백종원이라는 이름의 어드밴티지가 없을 것. 따라서 국내가 아니라 해외, 그것도 완전히 낯선 곳이어야 한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를 통해 세계에 한식을 알리는 데 일조했던 이우형 PD도 같은 질문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백패커'에서 백종원과 한 차례 인연을 맺었던 이 PD는 백종원에게 과감한 제안을 건넸다. 흥미가 생긴 백종원도 "차 떼고, 포 떼고, 전혀 모르는 지역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본업의 자존심을 건 '장사천재 백사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tvN <장사천재 백사장> 이야기다.
▲ tvN <장사천재 백사장> 한 장면. |
ⓒ tvN |
"아따 심란하네. 지금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여기는 진짜 어드밴티지가 전혀 없는데. 여기 사람들이 날 알 수 있는 상황이 없지." (백종원)
인천공항에 도착한 백종원은 제작진에게 비행기 티켓을 건네받았다. 촬영 장소는 출발 당일까지 비밀로 붙여졌기에, 백종원도 궁금한 듯 서둘러 도착지를 확인했다. 제작진이 심사숙고 끝에 고른 장소는 모로코의 마라케시(Marrakech)였다. "뭐여, 여기 어디여?" 백종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기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낯선 나라에 떨어져 장사를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백종원의 답은 '시장 조사'였다. 그는 현지 음식을 먹어보며 조금씩 감을 익혔다. 다음은 '가게 자리 보러 가기'였다. 작은 상점가가 늘어선 메디나 골목길 안쪽으로 마라케시의 심장이라 불리는 제마 엘프나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밤에는 야시장이 열리는 핫플레이스였다.
"여기서? 미쳤냐?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백종원)
제작진은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을 가리켰다. 백종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당황한 듯 현실을 부정하려 했지만, 정해진 미션을 뒤바꿀 수는 없었다. 조건은 더욱 까다로웠다. 장사 시작까지 단 72시간, 자본금 300만 원, 150개 현지 노점과 매출 경쟁, 게다가 모든 건 셀프였다. "제목도 망신 주려고 만들었"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던 백종원은 금세 현실을 받아들이고 행동을 시작했다.
우선, 백종원은 가게 및 상권 분석에 나섰다. 파리 날리는 가게는 패스하고, 손님으로 북적이는 가게 위주로 조사에 나섰다. 손님 구매력과 식재료를 종합해서 메뉴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또, 객단가 계산을 위해 메뉴판을 확인했다. 잘 나가는 해산물 튀김집의 경우 약 40디르함(한화 약 5200원)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모로코의 갈비찜인 타진도 마찬가지였다.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통하는지도 궁금하고" (백종원)
다음에는 현지 식재료 물가 파악을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어지간한 음식은 모두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채소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백종원은 고추, 양배추, 오이, 무, 적양파, 마늘 등을 구입하며 가격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정육점도 찾아 고기까지 구입을 마쳤다.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야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백사장의 장사 지론이 가동됐다.
혼자서는 영업을 할 수 없기에 직원 면접도 진행됐다. 배우 이장우와 가수 뱀뱀을 포함한 7명의 지원자가 참여했고, 야시장 사정에 밝고 손님들과 대화가 가능한 현지인을 뽑았다. 백종원은 다른 가게 주방과는 달리 주방을 밖으로 빼 조리 과정을 보여주면서 행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가게 인테리어를 위해 중고 시장을 방문해 합리적인 가격에 주방 기구를 구매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메뉴 선정이 남았다. 고객 회전율이 중요하므로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메뉴여야 했다. 백종원은 고심 끝에 한국식 불고기와 모로코의 주식인 빵(홉스)를 결합한 불고기 버거(40 디르함), 갈비탕(40 디르함)을 최종 메뉴로 결정했다. 드디어 장사를 위한 최종 점검 시간이 다가왔다. 자리 배치, 수도 및 가스 확인, 철판 달구기 등 드디어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내가 직접 장 보고 요리한 거는 방송 말고 실제로는 15년?" (백종원)
천하의 백종원도 긴장을 할까. 낯선 땅에서 그 어떤 어드밴티지 없이, 모든 것을 셀프로 준비해야 했던 그는 장사를 준비하면서 혼잣말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백종원은 대형 철판 위에 고기를 펼쳤다. 달큰한 냄새가 야시장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백종원은 고기가 적당히 익자 한쪽으로 밀어놓고, 원래 고기가 있던 자리에 양파를 수북하게 쌓았다.
▲ tvN <장사천재 백사장> 한 장면. |
ⓒ tvN |
▲ tvN <장사천재 백사장> 한 장면. |
ⓒ tvN |
조리 과정을 보여주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백종원은 낯선 메뉴나 낯선 음식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관망세를 보이는 법이라며, 그러다가 누군가 입장하면 봇물 터지듯 손님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차자 지켜보고 있던 다른 손님들이 도미노처럼 밀려들어왔다.
대박 조짐이었다. 하지만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전등이 나간 것이다. "불을 확 꺼버리네. 텃세가 있구나"라는 이장우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예고편에는 장사가 중단되고, 남겨진 재료를 보며 한숨을 짓는 백종원의 모습이 담겼다. 제작진은 "시스템의 문제면 해결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과연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백종원이 세계 요식업 시장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장사천재 백사장'은 첫회 4.942%(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제작진은 백종원이 낯선 해외에서 셀프로 장사를 하는 미션을 제시해 '바닥'부터 시작하게 만들었고, 이는 시청자의 흥미와 몰입을 이끌어냈다.
과연 백사장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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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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