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77)] ‘방과 후 전쟁활동’ 이남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
크리에이터로 오티티 시청자들 만나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개그콘서트’, ‘코미디 빅리그’ 등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던 이남규 작가는 이후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 등 시트콤 집필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드라마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조선 명탐정’ 시리즈 통해서는 영화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선 최고의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그려내며 재미 선사한 그는 2015년 드라마 ‘송곳’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다뤄 공감을 유발했다. 오락물의 재미부터 여운이 남는 메시지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 만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재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에 크리에이터로 참여, 윤수 작가와 함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파트1(1~6화)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 영화 작가로…놓치지 않는 ‘유쾌함’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 등 다수의 시트콤 집필에 참여한 이 작가는 시트콤 특유의 유쾌함과 일상적 이야기로 형성하는 공감대까지. 예능 작가의 경험을 살려 편안한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했었다.
드라마,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후에도 이 유쾌한 전개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이 작가의 색깔을 구축해 나갔다. 영화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천재 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그의 조력자 서필(오달수 분)이 거대한 음모를 함께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 있었지만, 두 콤비의 엉뚱하면서도 허술한 면모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특유의 유쾌함을 바탕으로 한 콤비들의 활약이 여느 범죄물과는 다른 ‘조선 명탐정’만의 매력이 돼 ‘각시투구 꽃의 비밀’, ‘사라진 놉의 딸’, ‘흡혈괴마의 비밀’ 등 여러 시리즈로 제작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2016년 방송된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또한 남편이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뒤 SNS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교감하는 내용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며 개성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불륜’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이들의 선택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으면서 현실감을 높인 한편, 때로는 지질한 감정까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주인공 도현우(이선균 분) 통해 심각한 분위기를 완화화기도 했던 것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글을 SNS에 올린 뒤, 네티즌들과 솔직한 감정을 나누면서 아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묵직한 메시지 또한 어렵지 않게 전달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방과 후 전쟁활동’ 역시도 정체불명의 구체들에 맞서는 10대들의 처절한 사투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10대 특유의 솔직함과 발랄함을 그대로 녹여내면서 재난 영화에 새로운 결을 부여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이 각종 위기들을 마주하고, 또 이겨내면서 후반부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이를 통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게 될 메시지 또한 기대케 하고 있다.
◆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여주는 반전 면모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송곳’ 통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다루면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전개를 보여주면서 장르 스펙트럼을 넓혔다.
푸르미 마트 직원들의 부당해고 사건을 통해 을의 애환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갑을 향한 시원한 반격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했다.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그들을 괴롭히는 부장 정민철(김희원 분) 역시도 살아남기 위해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면들을 담아내 리얼리티를 높이기도 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 역시도 가산점 획득을 위해 진짜 전쟁에 나서는 10대들, 그리고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어른들의 모습 통해 씁쓸한 현실을 상기하고 있다. 괴생명체의 등장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문제집을 꺼내는 학생이 등장하는 등 입시 전쟁이 진짜 전쟁에 버금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재난 영화의 즐거움 뒤 ‘방과 후 전쟁활동’이 어떤 메시지 통해 여운을 남기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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