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감독의 쓴소리 "관중 얼마나 올까 아닌, 어떻게 잘할까 고민하자"

이형석 2023. 4. 5. 13: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yonhap photo-3067=""> 프로야구 개막, 만원 관중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이 야구팬들로 가득 차 있다. </yonhap>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이 열린 잠실구장. 김태룡 두산 단장의 초청으로 시구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50여 년 전 야구를 시작한 필자가 시구자로 나선 건 처음이었다. 

선수 시절 우완 투수로 뛰었지만 뇌경색 진단 이후 오른손은 제대로 쓸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시구자로 나서겠느냐"고 했다. 김 단장이 "왼손으로 던지시면 되잖아요.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1군 무대 정식 데뷔전에 국민감독으로 통하는)감독님이 시구자로 나오는 게 중요하지, 공을 잘 던지는 게 중요하겠습니까"라고 하더라. 필자가 OB 베어스(현 두산) 감독을 지낼 때 김 단장은 9년 넘게 날 보좌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친구였다. 덕분에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김 단장과의 인연으로 용기 내어 수락했다. 

시구 약속을 잡자마자 점점 걱정이 늘어났다. 앞서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참패를 당한 터였다. 이후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받아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는 서준원을 방출했고, 한구야구위원회(KBO)는 참가활동정지 징계를 내렸다. 개막일이 다가오자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지난해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KIA는 사의를 표명한 장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개막 하루 전인 지난 31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간부의 중계권 관련 금품수수 등 혐의로 검찰이 KBO와 자회사 KBOP를 압수수색했다. 많은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많은 논란이 터진 적이 없었다. 
<yonhap photo-2966=""> 두산 개막전 시구는 김인식 전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시작에 앞서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이 시구하고 있다.</yonhap>

그런데도 시구하러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관중이 찾았더라.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관중석이 꽉 찼더라. 오랜만에 잠실구장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는데 감개무량했다. 

그렇게 시구를 마치고 나니 5개 구장 전원 매진 사례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개막 이틀 동안에만 총 19만 6945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사실 악재가 터지자 야구계는 '과연 야구장에 사람이 올까' 걱정만 했다. 이게 잘못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까'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다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하는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막막하다. 

야구 기술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에 앞서 인격 교육이 더 중요하다. 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KBO나 구단에서 신인 선수가 입단하면 교육을 실시하나 일회성에 그친다. 잠깐의 교육만으로는 소용없다. 최근 들어 음주 운전을 비롯한 선수들의 각종 일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럴수록 더 지속해, 더 자주 교육이 필요하다.   

장정석 단장의 뒷돈 요구 논란은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처구니없다. 구단에선 감독이나 단장 등을 제대로 검증해 자리에 앉혀야 한다. KBO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결정권을 쥔 인사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WBC 참패는 결국 우리의 실력이 모자랐던 탓이다. 우리 지도자에게 'A 선수 괜찮냐'고 물으면 으레 "시속 150㎞ 정도 던집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일본은 최고 시속 160㎞를 던지는 선수들도 꽤 있는데, 제구력까지 받쳐준다. 우리는 오직 구속에만 집중한다. 더 문제는 제구력이나 커맨드(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능력)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투수가 적어 타자들이 어부지리로 많은 연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투수가 시원찮으니까 홈런과 볼넷이 아주 많다. 

한국 야구는 위기다.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KBO와 구단, 선수, 관계자들이 이 난관을 타개하고 발전하고자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