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문제에 軍 투입하는 북한…농장에 드론 띄웠다

정영교 2023. 4. 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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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해결을 위해 농촌 지역에 군 투입 확대를 시사한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 무인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2일 20시 보도에서 유기농법을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노출한 무인기의 모습. 몸체 하단에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할 때 쓰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노들이 여러개 장착된 모습이다. 북한 대외 선전용 유튜브 채널 캡처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2일 20시 보도에서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유기농법'을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며 논에서 무인기를 활용하는 영상을 짧게 내보냈다. 매체는 무인기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지 않았지만, 무인기 몸체 하단에 농약이나 비료 등 살포에 쓰일 것으로 보이는 노즐이 여러 개 장착된 모습이었다.

북한이 농업 분야에 무인기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 5월에도 '과학 농사'의 일환으로 평안북도 염주군 내중협동농장에서 농업용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정남 북한 농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이용한 농약과 비료 뿌리기 등 우리 농업을 선진적이며 현대적인 농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농업 분야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 알곡 고지를 점령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달성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노동신문 5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화상으로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어 경제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농촌 지역의 봄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논의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4일 "내각총리인 김덕훈 동지가 황해남도의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내각총리는 여러 농장들을 둘러보고 비배관리를 과학기술적으로 할 것과 냉습 피해 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 등을 강조했다. 노동신문, 뉴스1

회의에선 1분기 경제계획 수행 현황 점검과 함께 알곡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박정근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과학기술에 의거한 과감한 증산투쟁을 벌려 계획수행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부문과 단위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동을 더욱 강화해 다음 분기 계획 수행을 철저히 담보하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알곡 증산을 위해 농기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는 측면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말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8기 7차)에서 농기계 보급을 관개공사 추진, 간석지 개간 등과 함께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군수공장을 동원해 제작한 농기계 5500여대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지역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알곡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탈곡과정의 기계화를 통해 식량 작물의 수확 후 손실분까지 보전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제작한 농기계 수준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한다. 익명을 원한 농업 분야 전문가는 "지난 9월에 보급한 농기계의 경우에도 북한은 군수공장에서 제작했다고 밝혔는데, 중국에서 들여온 것 아닌가 싶다"며 "방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자체적으로 최신식 농기계를 생산할 수 있는 전반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5일 "조선기자동맹 제9차 대회가 4월3일과 4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다"면서 "당의 주체적 출판보도 사상과 이론을 확고한 지침으로 삼고 출판보도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한편 북한은 3~4일 평양에서 조선기자동맹 제9차 대회를 열었다. 기자동맹 대회가 열린 것은 2001년 11월 이후 약 22년 만이다. 박동석 기자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은 대회 보고에서 "기자, 언론인들이 당중앙의 충실한 대변자, 당정책의 적극적인 선전자, 대중의 친근한 교양자가되어 공세적인 언론전으로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부흥발전을 힘있게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신문은 3일에도 당 선전일군(간부)에게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의 역할을 다하라고 주문하며 민심 이반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량난을 비롯한 민생문제로 인해 민심 동요가 우려되는 와중에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까지 겹치면서 북한 당국이 내부결속을 위한 선전과 사상단속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노동신문을 보면 19050년대 후반 탈소련 정책기에 사용하던 '자주·자립·자위'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대중운동을 추동하고 있는데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체제보위 차원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령과 당을 믿고 버텨나가자'라는 메시지를 선전선동 부문을 통해 계속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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