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반대 조수진의 대안 "밥 한공기 다 비우기 하자"
[곽우신, 남소연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조수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대안의 일환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언급해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앞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옹호 논란을 빚었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은 제주 4.3의 '격'이 낮다고 언급해 고개를 숙였다(관련 기사: 김재원 '4.3 격 낮다'에 당내 반발... 홍준표 "방송 출연 정지시켜라").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 김일성 지령설'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제주 4.3 불참' 국힘... 태영호 "김일성 지시, 역사적 진실"). 여기에 조수진 의원까지 가세하며, 당 최고위원들이 연달아서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모양새다.
▲ KBS라디오와 인터뷰에 나선 조수진 민생119 위원장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5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당 최고위원이자 민생특위인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해 빈축을 사고 있다. |
ⓒ KBS1라디오 |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쌀 초과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수매를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 "이게 과연 농업의 미래하고 관련이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진행자가 "지금 당장 농민들이 힘들다고 하면, 보호해 줄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겠느냐"라고 대안을 묻자, 조 의원은 "그러면 쌀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생119에서 나온 것"을 소개하고 나섰다. 그는 국민의힘 민생대책특별위원회인 '민생119'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가 KBS에만 처음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라고 의미도 부여했다.
조 의원이 내놓은 대책은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여성 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쌀밥이) 칼로리가 낮지 않느냐?"라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그러자 당장 당내 비주류인 '이준석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면서 그 대안이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그래서 밥을 잘 안 먹는다'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 '밥이 오히려 다른 식품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는 것을(?) 알리자'라고 한다면 이걸 가지고 대안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갈수록 태산"이라며 "편도(편의점 도시락) 박람회부터 해서 점입가경"이라고 최근 민생119의 행보를 꼬집었다(관련 기사: 편의점 도시락 먹은 국힘, 민생 대책 1호는 물보내기 운동).
그는 연달아 올린 게시글을 통해 "사실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 소비량 증대에도 큰 의미는 없는 것이, 다 비우냐 마느냐는 쌀 소비량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제육볶음에 밥 한 공기 나오면 먹든 남기든 소비는 된다. 실효적이려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 아니라 '밥 많이 퍼 담기' 또는 '두 공기 먹기' 운동이 돼야 최소한 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실질적으로 식당에서 더 많은 밥을 남겨서 더 많이 버리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 같다"라고도 조롱했다.
▲ 허은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고위원 리스크가 점입가경, 더 이상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라며 "어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민 상처를 후벼 파더니, 오늘은 조수진 최고의원의 실언으로 아침부터 농민들 억장이 무너졌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쌀값이 떨어져 걱정이 태산인데 여성들의 다이어트 탓이나 하고 공기 밥 먹는 운동을 하자니 이게 어느 나라 민생 해법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자유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인가? 아예 밥 공기 그릇 두 배로 만들어라 하시지, 그랬느냐?"라며 "밥을 반 그릇 먹든, 다이어트를 하든, 그건 국민의 자유이고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곡관리법 대책이라는 정치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가?"라며 "서해수호의 날도, 4.3 추념식도 안 가면서, 이런 방식으로 '민생119'를 이끌겠다면, 이미 국민 낙제점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라"라고 직격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의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았다. 그는 "이쯤 가면 과거 퇴행이 아니라 망조"라며 "조수진 같은 정치꾼이 정치를 하는 것도 코미디고 이런 사람이 지도부인 것이 더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뭄에 물 보내기 운동과 편의점도시락 약 올리기에 이어 밥 한 공기 비우기는 코미디 중 최상급 웃김"이라며 "이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눈치라도 있을지 의문이다. 어이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
ⓒ 남소연 |
야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면서 "정치는 결국 말로 하는 것이기도 한데, 너무 신중하지 않다. 너무 경박스럽다"라고 평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삶, 국민의 생명을 놓고 대체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라며 "막말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당 지도부가 신중하시길 바라고, 진지해지시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석한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말 황당무계한 발상"이라고 촌평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집권 여당의 농가 소득안정 대책이 고작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라니 기가 막힌다"라며 "밥 한 공기 다 먹고도 그런 개념 없는 말이 입에서 나오느냐?"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농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똑똑히 보여준다"라며 "유능한 여당은 못 되더라도 밥값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류호정 의원도 "만우절 지난 지 나흘 됐다"라며 "이 분들, 개그가 아니라, 진심이다"라고 꼬집었다. 류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여성'들이 다이어트 하느라 밥 한 공기를 다 안 먹는데 밥은 칼로리가 낮다고도 했단다"라며 "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양곡관리는 거부하고, 밥 한 공기 다 먹잔다"라며 "엊그제는 가뭄으로 인해 고통 받는 남부지역에 물 보내기 캠페인을 하자고 했다. 그걸 어떻게 할 건지는 논의 중이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논의하지 마시라. 또 뭔 헛소리가 나올지 무섭다"라며 "다음에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밥 꼭꼭 씹어먹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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