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운 "우리는 북한 얼마나 제대로 아나... 상대 바로 알아야"

차원 2023. 4. 5. 11: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일 강연... "학문 연구에 걸림돌인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차원 기자]

 강의하는 김광운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 차원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이 주최하는 대륙학교(교장 정세현) 13기, 지난 4일 네 번째 강사로 김광운 경남대학교 초빙석좌교수가 서울 충무로역 인근의 '공간 하제'를 찾았다(관련 기사: 김동기 "남북, 지정학적 덫 넘어 평화 체제로 가야" https://omn.kr/23act). 김 교수는 북한의 사건을 기록한 편년체 자료집 '북조선실록' 편찬으로 과거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날 2시간여에 걸쳐 '남북 미래를 위한 북한 역사 살펴보기'를 주제로 강연하며 역사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서로 다를 수 있는지, 북한은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먼저 김광운 교수는 고조선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고조선을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맞는지 의아하다"면서 "고조선과 같은 공동체는 엄청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기에 누군가의 필요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고조선"이라고 주장했다. '민족', '역사' 개념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취지로 보인다. 

김 교수는 또 "개천절이 10월 3일인 것 또한 근거가 없다"며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이렇게 정한 것 아닌가. 역사학자들이 보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정복과 신채호의 통일신라에 관한 상반된 평가를 언급하며 "우리는 신라가 최초로 삼국을 통일했다고 배우지만, 북한은 (3국을 통일한 게) 고려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라는 것은 지향하는 가치가 어떠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는 다른 선택이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만, 후대에서는 다른 관점이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한쪽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는 등의 주장에 대해 후대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과학기술 매우 중시하는 나라"
 
 2021년 10월 10일 당시, 북한은 노동당 창건 76주년인 이날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북한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외출해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청년들은 광장에서 진행된 야회에 참여하며 당 창건일을 기념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김 교수는 또 "아무리 굶어도 사대주의는 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라면서 "1960년대 이후 북한의 통사에서는 해방 직후 소련의 역할에 대한 서술이 없어졌고, 북한 인민 자체가 해방과 국가건설의 주체로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고 서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한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반면 북한은 배합과 균형을 강조한다"며 "금강산에 관광객이 갈 때 북한에서 잠수정을 보낸 것을 보고 우리는 '협력하자고 해놓고 왜 저러느냐'고 했지만, 북한은 51%는 협력하지만 49%는 경계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은 공산주의자면서 민족주의자이지만, 민족주의적 특성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난다"고 분석하면서 "공산주의는 노동자와 농민을 중시하지만, 북한은 군대와 청년조직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 민족적 역사 서술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명문 고등학교에 갔더니 게시판에 1등부터 꼴등까지 성적을 다 공개해 놨더라"고 북한 방문 당시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은 노동자, 농민, 기술자, 과학자 순으로 중요성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농민으로 그 순서가 바뀌었다"며 "과학자 한 명이 다수를 먹여 살린다고 이야기한다. 과학기술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는 북한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이 든다"면서 "상대를 제대로 보려고 할 때 우리의 모습도 더 잘 볼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을 비판하는 모습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을 바로 알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우리도 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는 등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며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법이 있는 한 그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