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정부 맹비난한 트럼프... "선거개입 있었다" 주장도
[윤현 기자]
▲ 법원 출두 후 자택 복귀해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를 마친 후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4.05 |
ⓒ AFP=연합뉴스 |
[2신-끝 : 5일 오후 1시 30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형사 기소한 검찰과 조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에서 형사 법원 출석을 마치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돌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날 약 25분 진행한 연설에서 자신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에 대해 "급진 좌파 조지 소로스가 지원하는 인물"이라며 "미국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브래그 검사장이 정식 기소 전에 언론에 자신의 혐의 내용을 누설했다며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브래그 검사장이 소로스로부터 '뒷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내가 저지른 유일한 죄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자들로부터 두려움 없이 미국을 지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화살을 돌리며 "미국은 엉망이다. 경제는 추락하고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가 중국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손을 잡았다"라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연합을 맺었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이 법 집행을 통해 선거에 간섭하려고 하지만,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라며 자신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며 연설을 마쳤다.
형사법원 출석한 트럼프... 34건 혐의에 '모두 무죄' 주장
▲ 법원 기소인부절차 참석하는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범죄를 숨기려고 기업문서를 조작한 것과 관련된 34건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23.04.05 |
ⓒ 뉴욕 EPA=연합뉴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피의자가 기소 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여부를 답하는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고 AP통신, 폭스뉴스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플레이보이 모델 카렌 맥두걸과 성관계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회사 자금으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헨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건네 입막음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회계 장부 조작 및 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으며,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3월 30일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 맥두걸 말고 다른 인물들에게도 입막음을 위해 돈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 트럼프, 혐의 전면 부인
이번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맨해튼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본거지로, 기업이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라며 "항상 그래왔듯 우리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장할 엄숙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기소인부절차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34건의 혐의를 모두 부정했다고 전했다.
법원 출석을 위해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이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타워의 펜트하우스에서 나왔다. 특유의 빨간 넥타이를 하고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하기 전 주먹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도 소셜미디어에 "법원이 있는 맨해튼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너무나도 초현실적"이라며 "그들은 나를 체포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고 썼다.
뉴욕시와 뉴욕경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호팀이 법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도로 교통을 전면 통제하며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법원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려 들어갔다. 법원 앞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그의 체포를 주장하는 시위대, 취재진 등 수천 명의 인파가 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팀의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그는 강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토드 블란치 변호사도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라며 "실망스럽고 슬프지만,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맨해튼은 편파적" 담당 판사 비난... 다음 공판기일은 12월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에 앞서 맨해튼 법원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재판 지역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맨해튼은 일부 지역구에서 공화당 득표율이 1%밖에 나오지 않는 아주 편파적인 지역"이라며 "맨해튼 인근 지역 중 아주 공정하고 안전한 스탠턴 아일랜드에서 재판이 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기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에 대해서도 "그 자신(판사)뿐 아니라 가족들도 아주 당파적이고, 트럼프를 미워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 2023년 4월 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앞서 사람들이 인근 공원에 모여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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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트럼프 측 캠프는 선거 자금을 위해 가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절차를 마친 뒤 법원을 나와서도 별다른 언급 없이 떠났다. 다만 플로리다 자택으로 돌아가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12월 4일로 정해졌다.
백악관은 사건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관한 입장을 묻자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초점이 되는 일도 아닐 뿐더러, 그는 미국 국민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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