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을 구해야 한다" 눈물로 호소하는 사람들

김성호 2023. 4.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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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478] 제1회 반짝다큐페스티발 <케세라세라>

[김성호 기자]

 
▲ 케세라세라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히키코모리라고 했다. 은둔형외톨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립청년이며 은둔청년이라고 부르자.

사회적 활동 없이 집 안에서만 지내는 청년들이 우리 곁에 너무도 많다. 앞으로만 바삐 달리느라 돌아보지 못한 새 수십만의 고립청년이 집 안에 갇혔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수년씩 대문 안에서 지낸다. 선택 아닌 고립이고, 창살 없는 감옥이다. 사회적 낭비이고 개별적 비극이다.

26분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고립과 감옥, 낭비와 비극에 주목한다. 고립청년을 잠긴 문 밖으로 꺼내려는 이들과, 어떻게든 제 마음 안에서 나오려는 이들을 비춘다. 중심이 되는 건 사회적기업 'K2 인터내셔널 코리아'다. 일본 학생들의 등교거부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한국의 고립청년 문제에 닿아 있는 이들의 여정이 눈물겹게 힘들다. 공동생활을 위한 셰어하우스와 사회적응을 위한 카페를 유지하는 데만도 힘에 부친다.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시선에서 고립청년은 사지멀쩡한 부적응자일 뿐인가. 복지 사각지대 가운데 K2는 지원을 따내겠다 분투한다.
 
▲ 케세라세라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은둔청년 자활, 왜 이토록 어려운지

제1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 만난 영화 <케세라세라> 이야기다. 정리건 감독이 2020년 제작한 다큐로, 은둔청년들의 자활을 돕는 단체가 예산을 따내려 노력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원은 줄어만 가고 그나마도 은둔청년에겐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에 집중한다. 하나는 서울 정릉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는 은둔청년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방 안에 틀어박혔던 이들이다. 수많은 어려움 끝에 마침내 집 밖에 나서게 된 이들이 제 경험을 살려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은둔한 것도 경험이 되어 먼저 은둔한 이가 현재 은둔한 이의 어려움을 돌보니 공동체생활이 곧 치유며 연대의 장이 된다.

고립했고 은둔했던 이들이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제 상처를 드러내어 다른 이의 결핍을 메운다. 음악과 사진, 무엇이라도 매개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다른 이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음악이며 사진을 배우고 가르쳐 서로에게 힘이 된다. 기회와 공간과 의지만 있다면 갇혀 있는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음을 이 영화가 관객 앞에 펼쳐보인다.

영화가 집중하는 다른 한 가지는 지원이다. 공동체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당연히도 돈이 든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인 셰어하우스와 사회적응을 배워나가는 터전인 카페 모두 유지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코로나19 까지 닥쳐오니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K2의 살림살이가 더욱 궁핍해진다.
 
▲ 케세라세라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고립은 풀어지고 청년들은 문 밖으로

K2를 꾸려가는 이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골몰한다. 스스로 일 안 하기를 선택한 사지멀쩡한 청년이란 편견과 맞서 이들에게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SH서울주택공사의 지원사업을 따내려 회의를 다니고 공청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인상적으로 담긴다.

왜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힘이 되지 못했다는 기억에 괴로워하는 이가 있다. 우리가 더 힘이 있었더라면 하고 울먹이는 이가 있다. 더 많은 이가 함께 했다면, 그리하여 더 많은 이를 꺼낼 수 있다면, 그 같은 생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이 이 영화 안에 있는 것이다.

자그마한 변화라도 일으키고자 분투하는 그들의 노력과 마침내 얻어낸 결코 작지 않은 지원은 이 다큐가 그저 주저앉아 지원이 필요하다 소리만 치는 그런 류의 이야기는 아니란 걸 알게끔 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사회는 조금씩 은둔청년 문제에 눈길을 준다. 그로부터 누군가는 스스로를 가두는 고립을 풀고 사회 안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는 "될 대로 되어라"는 스페인어다. 여기서 될 대로는 무엇인가. '아무렇게나'가 아니다. '마땅히 될 대로'다. 마땅히 될 대로, 반드시 될 대로 되는 것이다.

고립은 풀어지고, 청년들은 문 밖으로, 그렇다. '케 세라 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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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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