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친구들이 안 놀아주는 유아

2023. 4. 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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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여아인 J는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그림만 그린다.

친구와 놀아본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나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셋만 돼도 소외되거나 소외된다고 느끼면서 관계에 소극적으로 되기 쉽다.

유아기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이웃, 아이 친구들의 부모와 활발히 교류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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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린 동생들이나 언니·오빠들과 먼저 어울리게


6세 여아인 J는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그림만 그린다. 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친구들이 자기만 싫어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부린다. 집에선 외동으로 관심받으며 재잘재잘 말도 잘하고 잘 놀지만, 유치원만 가면 새침하게 말수도 줄고 선생님만 따라다닌다. 엄마는 소극적인 자신을 닮은 건지 걱정이 된다.

취학 전 4~6세 아동의 또래 관계는 발달과업 상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때부터 가족 아닌 타인과 관계 맺기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 학습이 시작된다. 대인관계의 기초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므로 다툼도 생기고 갈등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을 익히며 성장한다.

유아기 아이들은 싸우면서 양보하는 것, 기다리는 것, 타협하는 것, 협동하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 나간다. 하지만 J와 같이 또래 관계를 회피하고 지내다 보면 이 시기에 경험해야 할 것을 놓친다. 이는 성장 후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유심히 관찰해봐야 한다.

또래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하고 쉬운 일인 것 같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대인관계 중 하나다. 나이가 많거나 어린 상대보다 양보하기가 쉽지 않고 힘겨루기도 더 팽팽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J와 같이 위축되고 소극적이라 또래와 관계를 맺기 어려운 아이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이나 언니·오빠들과 먼저 어울리게 해보는 게 좋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좀 만만해 보이므로 편하게 여겨 주도권을 갖고 관계를 시작해 볼 수 있다. 언니·오빠들은 동생이라 생각해 봐주고 배려해준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또래 친구를 사귈 때 한 명의 친구와 놀이 시간을 갖게 해서 충분히 친해지고 함께 노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다음, 조금씩 확대해가는 게 바람직하다. 친구와 놀아본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나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셋만 돼도 소외되거나 소외된다고 느끼면서 관계에 소극적으로 되기 쉽다. 그런 다음 다양한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 본받을 만한 괜찮은 아이를 골라 놀게 해주고 싶어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그건 쉽지 않다. 사회성은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 안에서 체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래와 놀이 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부모가 먼저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배려하는 행동을 몸소 보여주자. 부모가 폐쇄적인 생활을 하면서 사회성 좋은 아이로 자라기는 힘들다. 특히 요즘 같은 사회적 환경에선 부모의 모임을 통해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부모가 고립돼 생활하다 보면 자연히 아이도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기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이웃, 아이 친구들의 부모와 활발히 교류하는 게 좋다.

부모와 집에서 혼자서 지내던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 20여명 되는 집단에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기관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시켜 주는 게 좋다. 소수의 친구와 사적인 경험들을 충분히 가진 후에 기관에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 집으로 소수의 아이를 초대해 놀 수 있게 해주면서 관찰해보고,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게 힘들다면 어른이 조금씩 개입해 놀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부모의 도움이 가능한 시기도 유아기가 지나면 끝나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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