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도 읽으면 좋을 일본역사 다룬 신간

허형식 2023. 4. 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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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허형식 기자]

지난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 9종과 지도 2종 등 11종의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육단체와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는 유감을 표명하며 규탄을 이어갔다.

일본 교과서 검정 심의 통과는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터라 여느 때보다 충격이 더욱 컸다. 한-일 정상회담의 요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셀프 배상안'을 내밀었고, 일본은 사과하지 않고 면죄부만 받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도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라며 "일본이 이미 수십 차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당국과 여당 핵심 관계자들이 회담 직전 일본에 사과를 요청했다 거부당한 사실이 보도되며 논란만 가중됐다.

한-일 정삼회담뿐만 아니라 어설픈 저출산 대책과 주 69시간 근로 등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한 누리꾼은 "무슨 베타 테스트 하나요?"라며 정부를 조롱했다. 한일관계, 특히 역사 문제는 베타 테스트로 풀어갈 일이 아니다. 과연 독도만이 한일관계의 문제일까. 한일 역사의 갈등과 왜곡은 언제 비롯했을까.

잘못된 역사는 잘못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책 표지 사진.
ⓒ 시여비
최근 출간한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를 쓴 홍성화 작가는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를 주목한다. 홍 작가는 "<일본서기>는 선대 일본왕실의 권위를 칭송하기 위해 편찬된 것"이라며,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왜국에 조공을 바쳤고, 한반도를 일본이 지배한 것처럼 쓰여 있다"라고 말한다.

<일본서기> 속 진구 황후의 삼한정벌을 통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왜곡된 우월인식이 나타났고, 이러한 내용을 명분으로 삼아 조선을 정벌하고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는 허상을 키웠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본 우익들은 이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는 게 홍성화 작가의 설명이다.

"실제로는 고대 일본의 야마토 정권은 일본열도를 통합하기 위해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국가로부터 우수한 선진문물과 제도와 사상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결국 선진국이었던 백제 등 한반도의 도움으로 일본의 고대국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는 제목처럼 한국과 일본 역사 갈등의 원인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쓴 홍성화 작가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 고대사에 관한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 양쪽의 분석틀을 비판하고 새로운 고대사상(像)을 제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우리의 인식도 문제다.

"일본의 고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중, 근세를 지나 근현대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므로 해결점은 애당초 시작부터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고대의 한일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고대의 일본 열도는 다 우리 땅'이라는 식의 비합리적인 주장에 경도됐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없고,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분석으로 무장해야 한일관계가 발전한다고 홍 작가는 강조한다.

한-일 역사의 진실을 향한 30년간의 여정

앤데믹으로 전환을 앞둔 요즘,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아무런 생각 없이 유적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개념 없다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 가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해주었다고 하는 왕인(王仁) 박사의 기념비가 서 있다. 이 비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장하면서 일본사료에 나오는 왕인을 추앙하고 이를 통해 조선인을 회유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세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연유를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관광책자에 나온 것만을 보고 왕인비 앞에서 좋다고 사진을 찍고있으니 이러한 현실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는 역사책이면서 홍성화 작가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일본 곳곳의 유적지를 누비며 기록한 기행문이기도 하다. 부록으로 '일본 유적 답사 지도'를 수록했고, 1890년 초량 거류지의 모습을 만문만화 형식으로 담은 <일본거류지시대 조선견문도해>도 실려있다. 조선 말기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나는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를 읽으면서,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돼 지적 호기심도 충족했지만, 일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흥분만 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제는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관점이 생겼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의 현실이 단순히 우리만의 역사로 국한해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국제 관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따라서, 이 책을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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