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이어 간호법 등 줄줄이 대기…'극단 정치' 소용돌이
정부여당, 野 입법에 건건이 반대
전문가 "프레임 경쟁 이미 시작됐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둔 국회가 '극단 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탄핵'과 '국정조사', '특검'이 쏟아지고, '단독', '강행' 등의 표현은 일상이 됐다. 여야가 모두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으로 당내 기반을 공고히하면서 정치의 기본인 협치가 실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반역사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 및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와 배상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부의안건으로 올라왔다. 지난달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일본의 강제징용과 관련한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으로, ‘국치’와 마찬가지로 기록될 역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해법 철회 ▲일본 기업의 배상과 직접적인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 노력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정 및 사과와 배상 등을 촉구했다.
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사법 등 더불어민주당이 직회부한 법안들도 본회의에 부의됐다. 민주당은 노동조합 파업 범위를 확대한 이른바 노랑봉투법 등 나머지 쟁점 법안들도 직회부를 벼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구도…예견된 강대강 대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미 2번의 해임건의안(박진 외교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장관에 대해선 탄핵소추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재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일례로 민주당은 최근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한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 "양아치가 발표한 내용"이라며 원색 비난을 쏟아내는 등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또 국정조사와 청문회 카드도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전례 없는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청문회도 열렸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정 충돌은 '릴레이 삭발'까지 부활시키는 등 규탄대회와 장외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극심한 대립은 지난해 여소야대 구도로 정치지형이 바뀐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이 이뤄지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오고 원내 지도부 임기가 끝나가면서 점점 더 '강강강' 구도로 맞서고 있는 것 같다"며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사안이면 무조건 강하게 나가는 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내년 총선까지 긴장구도 계속"전문가들은 양당이 협치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긴장 구도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내년 총선 때까지는 여야가 극한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야당의 주장을 경청해 국정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고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여건도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대로 이 대표의 민주당에서도 윤 정부에 협조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야당은 야당의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양당간 '프레임' 경쟁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생을 위해 노력한다, 민생을 외면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짜는 과정"이라며 "양곡관리법의 경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걸 알면서 강행 처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사안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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