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앞 주먹 들어올린 트럼프, 법정 들어서자 얼굴 변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認否) 절차를 밟기 위해 4일(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쯤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형사법원으로 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호송하는 차량은 비밀경호국 차량 등을 포함해 모두 10여대가 동원됐다. 법원 내부에는 법원 경찰과 함께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날 도착해 묵었던 트럼프타워를 나설 때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자신감을 과시했던 그는 법정에 들어설 때는 얼굴이 굳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 마이클 골드 기자는 트위터 글을 통해 “트럼프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법정 내부는 방송 생중계가 금지돼 사전 신청을 통해 법정 참석이 허용된 취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글을 통해 법정 내부 상황이 전해졌다.
50여분간 진행된 기소인부 절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을 심리한 후안 머천 판사가 피고인의 권리를 읽어주는 과정에서 “이해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네”라고 짧게 답했을 뿐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NYT 후루비에 메코 기자는 “트럼프는 검사들이 (혐의사실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양손을 마주 잡고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귀를 기울였다. 어느 순간에는 그의 변호사 조 타코피나 옆에서 갑자기 서류를 꺼내 펜으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 공소사실(IND-71543-23)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34건으로,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이 중에는 포르노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과거 성관계 폭로 입막음 조로 돈을 줬다는 혐의 외에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 대한 입막음 돈을 지급하며 회사 문서를 조작한 혐의도 포함됐다.
NYT에 따르면, 기업문서 조작은 뉴욕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중범죄로 최고 4년형의 E급 범죄에 속한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은 “다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34건의 허위 문서 조작이 있었다”며 “이것은 뉴욕주의 중범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팀에 최근 합류한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법정에서 “(기소가 된) 트럼프는 좌절하고 화가 났으며 오늘 이 법정에 서게 된 것에는 큰 부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트럼프 무죄’를 강변했다.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법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경고를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폭력을 선동하거나, 시민 불안을 조성하거나, 어떤 개인의 국가나 복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맨해튼 형사법원 도착 전 맨해튼지검에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촬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뉴욕 당국에 의해 취소됐다고 한다. 당국은 머그샷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페인 측은 트럼프의 머그샷 이미지가 담긴 티셔츠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36달러(약 4만7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 수백명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 기소 이후 심화된 미국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쪽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과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다른 쪽에선 “그를 감옥에 가둬라” “트럼프를 체포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반(反)트럼프 집회를 열었다. 트럼프 가면을 쓰고 오렌지 죄수복을 입은 한 시위자에게 구경꾼이 몰리기도 했다. 양쪽 시위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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