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그 때 그 때 다른 평등' [기자수첩-정치]
민주당, '노웅래·이재명 체포안' 부결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미응답
민주당 의원들 '평등'에 따른 결정해야
이 세상엔 온갖 특권이 존재한다. 그리고 특권은 언제나 '불만'을 야기한다. 특별한 권리를 뜻하는 단어인 특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한정적'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특권이 일부 특권층에게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어떤 특권은 일부 특권층에게만 허용된다.
'불체포특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폐지돼야 마땅하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회의원의 특권이었다. "국회의원이란 직위를 앞세워 자신에게 불거진 혐의를 피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소리를 의식한 듯, 21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 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 특권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릴 권리가 보장된 만큼, 모든 사람은 평등할 권리를 누린다. 이 평등은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겐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고, 아무리 높은 사람도 나쁜 일을 하면 벌을 줘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평등'이다.
지난해 5월 10일. 정권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기 전까지 우리는 국회에서 그 '평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이 바뀌기 전 정정순·이상직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신상필벌의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국회 내의 신상필벌은 정권 교체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2월 29일 민주당은 161표의 반대표를 던져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노 의원에게 불거진 혐의를 재차 다툴 혐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올해 2월 27일.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138표의 반대표를 던졌다. 이 역시 부결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다시 한 번 신상필벌이 국회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이다. 재적의원 281명 중 160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수가 1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49표의 찬성표가 민주당에서 나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문제는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창원지방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 의원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민주당은 '그 때 그 때 다른 평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서약을 의원들에게 돌렸고, 전체의 50%가 넘는 58명이 서명했다. 민주당은 한 명도 서명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민주당은 '그 때 그 때 다른 평등'의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우리는 아직 이재명 대표에게 걸린 혐의들이 사실인지 모른다. 그건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죄가 있고 없음은 법원에서 판결하는 것이니,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다른 국민들과 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민주당은 재차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게 되면 또 그 때에 맞춘 평등을 주장할 것인가.
민주당의 강령 전문에는 '특권과 차별, 불평등 없이 모든 사람이 기회를 갖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한다'는 문장이 있다. 그리고 민주당에는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169명이나 있다. 그들이 진짜로 국민들 앞에 떳떳해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혐의가 있는 동료 의원이 일반 국민과 '동등한 처지'에서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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