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고 자백한 피고인 처단형 감경 안 한 건 잘못"
무고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자백을 했을 때 형법상 자백감경을 하면서도 처단형의 범위를 정하면서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처단형이란 법률이 정한 법정형을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적용함에 있어서 가중·감경사유를 모두 적용해 처단의 범위가 구체화된 형벌의 범위를 말한다. 가령 법정형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법률상 감경 사유가 있을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 중 형벌의 종류로 징역형을 선택했다면 법률상 감경에 따라 법정형의 2분의 1인 '6월 이하의 징역'이 처단형이 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재판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무고죄에서의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인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 3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잠실역 지하철수사2계 사무실에서 B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피의사건의 피해자로 출석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B씨를 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실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도 마치 B씨가 자신에게 "미친년이 정신 나갔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꽃뱀이냐, 돈 뜯어 먹으려고 하냐"는 등 욕을 하며 삿대질을 했다고 허위 진술을 하면서 진술조서 아랫부분에 'B씨를 강제추행 외에 협박과 모욕, 명예훼손, 폭행 등 혐의로 추가 고소하니 처벌해달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B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B씨는 모욕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A씨는 B씨를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심 두번째 공판에서 자신의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자백했다. 무고죄는 자백을 한 경우 반드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무고 혐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와 검사가 모두 항소해 진행된 2심에서는 양측의 항소가 모두 기각됐다. 그리고 A씨는 2심 재판에 불복, 다시 상고했다.
상고심에서는 하급심 재판부가 A씨에 대한 자백감경을 하면서도 처단형의 범위를 실제 감경된 형으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지가 쟁점이 됐다.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A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법령의 적용' 부분에 무고죄의 자백에 관한 조항인 형법 제157조와 '벌금을 감경할 때에는 그 다액의 2분의 1로 한다'는 형법 제55조 1항 6호와 함께 '자백감경'이라고 기재하고도 '양형의 이유' 부분에 처단형의 범위를 '벌금 1500만원 이하'라고 기재했다. 원래는 필요적 감면 규정에 따라 처단형의 범위는 '75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기재돼야 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고한 사건의 피무고인이 불기소처분 돼 재판 절차가 개시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피고인이 신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 해당하므로 1심으로서는 형법 제157조에 따라 형의 필요적 감면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무고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한 이 사건에서 자백감경을 했다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75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된다. 그런데 1심은 법령의 적용 부분에 '자백감경' 및 형법 제157조를 기재하고도 양형의 이유 부분에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를 '벌금 1500만원 이하'라고 기재했다"라며 "이러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판결에는 무고죄에서의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인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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