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다리 풀려서도 스파이크 날린 도로공사 박정아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힘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공을 때렸다. 도로공사 박정아가 챔프전 4차전 승리를 이끌며 팀을 구했다.
도로공사는 4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4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2-25, 25-21, 25-22, 25-23)로 승리했다. 박정아(20점)는 캣벨(30점)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 블로킹 3개 포함 24점을 올린 박정아는 4차전에서도 팀 공격을 이끌었다. 1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캣벨이 2세트 중반 지친 상황에서 교체된 뒤에는 공격을 도맡았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3세트에선 4득점에 그쳤고, 4세트 초반엔 공격이 연이어 실패했다.
결국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김 감독은 "정아가 많이 지쳤다. 스텝을 보면 휘청휘청했다. 그렇다고 뺄 수도 없고… 5세트에 가면 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16-20에서 다시 박정아를 투입해 반전을 노렸고, 수비 이후 박정아와 캣벨이 연이어 득점을 올려 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 뒤 만난 박정아는 "힘들어 죽겠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2세트까지는 정신이 있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어떤 순간에도 포인트를 낸다고 생각했다. 벤치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다리가 풀려서 넘어질 뻔 했다"고 했다. 경기 도중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던 박정아는 "'웃으면서 하자'고 했는데, 이길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사소한 범실에서 화가 나긴 했는데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은 "(5점 차로 벌어져)사실 4세트를 포기하고, 박정아를 투입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다음 세트 준비를 시킬 겸 넣었다"고 했다. 박정아는 "5세트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 앉아만 있다 들어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감각을)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감독님이 넣어주셨는데 (경기를)잡을지 몰랐다"고 했다.
박정아는 흥국생명 홈인 인천 삼산구장에선 팬들의 응원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정아는 "확실히 인천에 가면 팬들의 소리도 크다. 그런데 5차전까지 온 이상 기죽을 필요가 없다. 웃으면서 재밌게 하면 인천 가서 뒤집기도 가능하다. (1·2차전에서)졌을 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재밌게만 하자고 한 게 좋은 결과가 났다"고 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정대만은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젠 내겐 링밖에 보이지 않아"라면서 정확한 3점슛을 성공시켜 팀을 승리로 이끈다. 박정아는 "슬램덩크를 보지 않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볼이 올라오면 때렸다"던 승리 의지는 정대만의 그것과 똑같았다.
김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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