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을 박살 내라고요?"가 349만…국회의원 중 '1위 유튜버'는

정용환, 김한솔 2023. 4.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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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정치인이 요즘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어디서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국회 회의록이나 관련 뉴스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요새는 여길 놓쳤다간 섭섭해질 수 있다. 유튜브다.

4일 중앙일보가 제21대 국회 현역 의원의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299명 가운데 275명(92%)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유튜브 채널의 평균 구독자(4일 오전 기준)는 약 1만5400명, 평균 조회수는 약 227만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처

구독자 수와 동영상 조회수를 기준으로 각각 순위를 매긴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운영하는 ‘이재명’ 채널이 압도적 1위였다. 구독자는 77만명, 동영상 조회수는 1억5854만회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5월 채널을 개설해 현재까지 약 2000개 동영상을 올렸다.

이 대표는 요새도 평일 하루 1개 이상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당대표로서 참석하는 공개회의·장외집회·현장방문 일정을 실시간 촬영해 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 주요 발언은 1분 내외 쇼츠 영상으로 편집돼 올라오기도 한다. 근래엔 제주 4·3, 한·일 정상회담, 독도, 검찰 등 이슈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발언이 쇼츠 소재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은 그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16년 11월 올린 ‘형수 쌍욕 사건에 대한 전말, 진실은 이렇습니다’ 영상(284만회)이다. 한 대학교 강연에서 형수 욕설 논란의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쇼츠 가운데서는 그가 대선주자였던 2021년 11월 올린 ‘누구를 박살... 내달라고요?’가 349만회 조회수로 가장 높았다. 이 영상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이 대표는 “대통령 되면 윤석열 박살 한 번 내주세요”라는 시민 요청에 “제가 대통령 되는 것 자체가 윤석열 후보를 박살 안 내도 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 장진영 기자

구독자 기준으로 이 대표 뒤를 이은 건 태영호(2위·28만5000명) 국민의힘 최고위원, 정청래(3위·23만2000명) 민주당 최고위원 채널이다. 각 진영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 의원은 자신이 출연한 시사·예능 방송을 편집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한 탈북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재가공해 올린 ‘태영호&오혜선 부부의 탈북기’ 동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쇼츠 가운데서는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의 명대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들려주는 내용의 ‘[태글로리] 오늘부터 모든 날들이 흉흉할꺼야...정은아’가 인기였다.

민주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3선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최고위원회 회의 공개 발언, ‘B급’ 개그 코드를 입힌 일상 영상 등을 주로 올렸다. 최근엔 한 세미나 현장에서 코팅된 책상보 위에 떨어진 물방울을 사인펜으로 툭툭 건드는 내용의 ‘물방울 놀이’ 쇼츠를 두 개나 올렸다. 조회수가 372만회로 가장 높은 쇼츠는 ‘정청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지난해 2월 먼지 낀 차량 옆면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이재명’을 써넣는 내용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회수 기준 2위는 김병주(5143만회) 민주당 의원, 3위는 조정훈(4108만회) 시대전환 의원 채널이었다. 육군 4성 장군 출신 김 의원은 군 관련 이슈가 주된 소재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이 지난해 10월 민주당 국방위원들과 국군 미사일 현무2 추락 사고가 발생한 부대를 방문했다가 출입을 거부당한 영상은 5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의원이 직접 현무4, KF-X 시제기 등 최신 무기체계를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이나 국정감사를 위해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한 영상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캐스팅보트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유튜브 채널도 조회수가 높다.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본회의 당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계획서 상정에 앞서 그가 “참사가 정쟁으로 소진돼선 안 된다”고 반대 토론에 나선 동영상, 지난해 9월 ‘김건희 특검법’ 법사위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던 그에게 전화·문자 공격을 퍼부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을 실제로 불러다 일대일로 대화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 등이 인기를 끌었다. 시대전환은 조 의원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유튜브 채널 ‘오프더레코드’를 신규 개설했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54, 찬성 220, 반대 13, 기권 21로 통과됐다. 이날 표결에 앞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의원의 ‘유튜브 정치’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인의 유튜브 활동은 그 정치인들의 말과 생각을 사후에 검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 유튜버가 된 정치인들은 쌍방 아닌 일방적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며 “지지층으로부터 더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고, 반대편은 더욱 강하게 비판하는 등 메시지의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ㆍ개인적 홍보가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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