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을 박살 내라고요?"가 349만…국회의원 중 '1위 유튜버'는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정치인이 요즘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어디서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국회 회의록이나 관련 뉴스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요새는 여길 놓쳤다간 섭섭해질 수 있다. 유튜브다.
4일 중앙일보가 제21대 국회 현역 의원의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299명 가운데 275명(92%)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유튜브 채널의 평균 구독자(4일 오전 기준)는 약 1만5400명, 평균 조회수는 약 227만회다.
구독자 수와 동영상 조회수를 기준으로 각각 순위를 매긴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운영하는 ‘이재명’ 채널이 압도적 1위였다. 구독자는 77만명, 동영상 조회수는 1억5854만회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5월 채널을 개설해 현재까지 약 2000개 동영상을 올렸다.
이 대표는 요새도 평일 하루 1개 이상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당대표로서 참석하는 공개회의·장외집회·현장방문 일정을 실시간 촬영해 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 주요 발언은 1분 내외 쇼츠 영상으로 편집돼 올라오기도 한다. 근래엔 제주 4·3, 한·일 정상회담, 독도, 검찰 등 이슈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발언이 쇼츠 소재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은 그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16년 11월 올린 ‘형수 쌍욕 사건에 대한 전말, 진실은 이렇습니다’ 영상(284만회)이다. 한 대학교 강연에서 형수 욕설 논란의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쇼츠 가운데서는 그가 대선주자였던 2021년 11월 올린 ‘누구를 박살... 내달라고요?’가 349만회 조회수로 가장 높았다. 이 영상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이 대표는 “대통령 되면 윤석열 박살 한 번 내주세요”라는 시민 요청에 “제가 대통령 되는 것 자체가 윤석열 후보를 박살 안 내도 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구독자 기준으로 이 대표 뒤를 이은 건 태영호(2위·28만5000명) 국민의힘 최고위원, 정청래(3위·23만2000명) 민주당 최고위원 채널이다. 각 진영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 의원은 자신이 출연한 시사·예능 방송을 편집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한 탈북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재가공해 올린 ‘태영호&오혜선 부부의 탈북기’ 동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쇼츠 가운데서는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의 명대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들려주는 내용의 ‘[태글로리] 오늘부터 모든 날들이 흉흉할꺼야...정은아’가 인기였다.
민주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3선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최고위원회 회의 공개 발언, ‘B급’ 개그 코드를 입힌 일상 영상 등을 주로 올렸다. 최근엔 한 세미나 현장에서 코팅된 책상보 위에 떨어진 물방울을 사인펜으로 툭툭 건드는 내용의 ‘물방울 놀이’ 쇼츠를 두 개나 올렸다. 조회수가 372만회로 가장 높은 쇼츠는 ‘정청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지난해 2월 먼지 낀 차량 옆면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이재명’을 써넣는 내용이다.
조회수 기준 2위는 김병주(5143만회) 민주당 의원, 3위는 조정훈(4108만회) 시대전환 의원 채널이었다. 육군 4성 장군 출신 김 의원은 군 관련 이슈가 주된 소재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이 지난해 10월 민주당 국방위원들과 국군 미사일 현무2 추락 사고가 발생한 부대를 방문했다가 출입을 거부당한 영상은 5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의원이 직접 현무4, KF-X 시제기 등 최신 무기체계를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이나 국정감사를 위해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한 영상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캐스팅보트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유튜브 채널도 조회수가 높다.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본회의 당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계획서 상정에 앞서 그가 “참사가 정쟁으로 소진돼선 안 된다”고 반대 토론에 나선 동영상, 지난해 9월 ‘김건희 특검법’ 법사위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던 그에게 전화·문자 공격을 퍼부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을 실제로 불러다 일대일로 대화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 등이 인기를 끌었다. 시대전환은 조 의원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유튜브 채널 ‘오프더레코드’를 신규 개설했다.
국회의원의 ‘유튜브 정치’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인의 유튜브 활동은 그 정치인들의 말과 생각을 사후에 검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 유튜버가 된 정치인들은 쌍방 아닌 일방적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며 “지지층으로부터 더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고, 반대편은 더욱 강하게 비판하는 등 메시지의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ㆍ개인적 홍보가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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