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현, 이준석 지우기 나선다..."의원 평가시험 폐기"

윤지원 2023. 4.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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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기현표 혁신안’ 마련을 통해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최재형 표 6대 혁신안’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가 도입했던 PPAT(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시험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기현 대표가 자신만의 정치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 혁신안 및 의회 개혁안 등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이를 통해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재형 전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은 준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당장 ‘최재형 혁신안’ 중에 받을 건 받고 받지 않을 건 안 받겠다’ 정도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대외적인 레토릭일 뿐 가져다 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 직후 ‘공천 개혁’을 기치로 출범시켰던 당 혁신위원회는 6개월간 활동을 종료하며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인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 당 윤리위 이관 ▶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당내 상설위원회 개편 및 특별위원회 활성화 ▶국회의원 정기 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및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 6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최고위 의결이 필요한 만큼, 발표 당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임시 지도부는 혁신안의 수용 여부를 차기 지도부 소관으로 넘겼다.

그러나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21일 최 의원으로부터 6대 혁신안을 보고받은 뒤 “잘 봤다”라고만 말했다.

대신 김 대표는 자신만의 혁신안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러 아이디어를 보고받으며 혁신안을 신중하게 구상하고 있다”며 “차기 총선 공천과도 관련될 수 있는 예민한 내용이라 섣불리 발표하기보다 적당한 타이밍에 화두를 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주요 자료로 활용되는 당무 감사가 이르면 오는 7월 시작되는 만큼, 그 전에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브루클린 제주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발간했다. 연합뉴스


김기현 표 혁신안의 전제는 ‘이준석 지우기’라는 게 당 지도부의 중론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 의원 후보자에 처음 적용했던 PPAT를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은 1순위 폐기 대상에 올랐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애초에 정치인의 자질을 시험으로 줄 세운다는 게 맞나”라며 “김 대표도 시험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시험 외 방식으로 ‘정량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량 평가 도입의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05년 8월 국회 대표실에서 유승민 비서실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김 대표가 ‘당 혁신안’이란 카드를 뽑아 든 건, 취임 직후 당 지지율 하락 등으로 당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가 ‘용산’의 지지를 업고 당선이 된 상황이라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좀체 영(令)이 안 선다는 평가가 있다”며 “혁신안이 성공할 경우 리더십 재건은 물론, 당 지지율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당 혁신안이 당 대표 리더십을 구축한 사례로는 ‘박근혜 케이스’가 거론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로 재임할 당시, 계파 갈등 속에서 혁신안을 관철하며 당 안팎에서 ‘신뢰와 원칙’의 이미지를 확보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반박(反朴) 노선을 걷던 홍준표 당시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을 거세게 반대했지만, 박 전 대통령 본인의 결단으로 사실상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축소하는 ▶당권·대권 분리 ▶국민참여 경선 등을 담은 혁신안 원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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