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실패, 대구는?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홍준표의 '50년' [해시태그 #지역 시즌2]
백경록(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
▲ 2014년 7월 경남도-폭스사 등이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3자간 MOU를 체결하는 것과 관련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 |
ⓒ 경남도 |
대구시민들은 요즘 가는 길마다 '대구 미래 50년'이라는 슬로건을 접하며 산다. 사실 '미래 50년'은 대구시에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 바로 몇 년 전 홍준표 시장이 도지사였던 경남도에서도 등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 50년의 '원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남 미래 50년의 핵심사업, 연간 2천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이라고 했던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대구 미래 50년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구호인지 알 수 있다.
1년여 만에 끝난 '경남 미래 50년 사업'
2015년 2월 경남발전연구원(당시 도지사 홍준표)은 '50년 후, 미리가본 2070년 경남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유엔미래보고서 ▲국토비전 2050 ▲경남미래 50년 미래포럼 등 국내외 저명 학자들이 예측한 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70년 경남은 "진해글로벌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창원·거제·통영의 해양관광지인 해양관광벨트로 형성되고, 30만 톤 규모의 도시형 크루즈가 정박하면서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해상관광지"가 된다.
더 나아가 "진해글로벌테마파크는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어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와 함께 연간 2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 3대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한다.
▲ 경남도가 2014년 공개한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조감도 |
ⓒ 경남도 |
경남 미래 50년 사업의 핵심프로젝트였던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부지 2.85㎢(86만 평)에 글로벌테마파크, 6성급호텔, 카지노, 컨벤션, 쇼핑몰, 골프코스, 대형영화관, 수상레포츠시설 등을 건립한다는 구상이었다. 추정사업비는 3조 5천억 원 정도였으며,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공약사업으로 진행됐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경남도에 입성한 홍준표 도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그해 7월 '20세기 폭스'사 등과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3자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폭스사가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안에 30만3000㎡이상 규모의 테마파크를 개발해 영화 및 TV 브랜드를 완벽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경남도는 글로벌 테마파크가 조성되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게 되고 100개 이상 제조업체를 유치하는 효과와 같은 1만 명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밋빛 희망만 던져주던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은 2016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사업공모에 탈락하면서 좌초하게 된다. 자체 추진 계획도 밝혔지만 3개월 뒤 이마저도 포기하면서 50년 미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홍준표 도지사는 2017년 4월까지 경남도지사를 역임하다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50년 사업', 대구에서 부활
그렇게 사라진 듯한 미래 50년이라는 슬로건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엔 경남도가 아닌 대구에서다.
그해 6월 대구시장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시정과제 이름은 '대구 미래 50년'이었다. 반 년 뒤인 12월 말 대구시가 2022년을 평가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도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대구 미래 50년을 설계한 한 해'였다. 자료에는 홍 시장 취임 뒤 6개월간의 여러 성과를 나열해놨다. 그 중 '특히'라고 강조한 부분은 아래와 같은 투자유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① 이케아, 엘앤에프 투자 유치 ② 티웨이 항공 본사 이전 ③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노후 산업단지 지붕을 태양광 시설로 교체하는 민자 3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도심 태양광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등 민선 8기 단 6개월 만에 지난 10년간 투자총액에 버금가는 4조 1천억 원을 유치"
이 중 이케아 대구점은 아직 계약서 작성도 못했다. 엘앤에프는 홍준표 시장 전임인 권영진 시장 시절부터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차전지용 양극재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구에 꾸준히 투자해온 지역 중견 에너지기업이다. 권 시장 재임 때인 2020년 11월엔 대구시와 엘앤에프가 2023년까지 2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티웨이항공 본사 이전은 지난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사옥을 따로 짓는 방식이 아닌, 대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임대해 주소지를 옮기는 방식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대로 티웨이항공 본사 이전이 생산유발효과 8290억 원, 신규고용 830명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규모가 가장 큰 태양광 프로젝트는 도심 산업단지 지붕을 태양광발전 시설로 바꾸기 위해 민간 자본을 유치한다는 내용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최소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 에너지기업들이 자금을 받아 태양광 설비를 짓고, 이 과정에서 시공은 지역업채들이 도급 형태로 맡는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2022년 12월 12일 대구시가 한화자산운용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설익은 투자 유치 홍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언론은 '자산운용사에서는 아직 투자자 모집도 시작하지 않았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서둘러 투자 규모부터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 대구에 태양광 투자하는 한화자산 운용사는 106조 원을 운용하는 국내 3위의 대규모 투자 회사"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도 환경을 파괴하는 문재인 식 태양광 사업이 아니라, 석면을 방출하는 슬레이트 지붕 등을 걷어내고 태양광 지붕을 설치하는 친환경 태양광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찌라시 언론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시비 거는 것은 무시해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측에서 발표한 대구 미래 50년 정책 제안 조감도. |
ⓒ 홍준표 시장 인수위 |
▲ 2023년 1월17일 대구 스마트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착공 |
ⓒ 대구시 |
대구 미래 50년이 성공하려면
경남 진해글로벌테마파크와 대구 산업단지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3조5천억 원, 3조 원으로 사업 규모가 비슷하다. 또한 행정에서 투자 유치를 적극 알리며 중점적으로 홍보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또한 거창한 계획에 비해 둘 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테마파크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경남도는 "문체부의 갑질"이라고 정부를 맹비난했지만 그때 일부 경남도의원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2016년 5월 24일 경남도의회에서 당시 김지수 도의원은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기본구성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살펴보면 원래부터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었다"며 "사업비 5조1천억 원 가운데 68%인 3조5천억 원이 복합리조트와 무관한 주거단지 조성 사업비"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7일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의 제1호 태양광 발전사업 착공식이 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뒤론 추가 참여 기업이나 펀드 진행현황 등과 관련해 아직 후속 소식이 없다.
대구 산업단지 태양광 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진해 글로벌테마파크는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살펴봐야 하는 선행 사례다. 수익성엔 문제 없는지, 투자 진행에 예상되는 차질은 없는지 전례와 비교해 가며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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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인 백경록 기자는 스픽스대구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SPEAKS_TV_TK)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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