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자 대형사도 자금 못 구해… 심상찮은 건설업계

김진욱 2023. 4. 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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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대형 건설사조차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6조원 넘는 브리지론(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 건설 사업 초기에 쓰이는 단기 차입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만 연장되고 있다.

신용 A등급인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9일 2년물 회사채 8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100억원어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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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A등급 업체, 회사채 발행 실패
6조원대 브리지론 본PF 전환 지연
건설 미분양 위험, 금융권 전이 우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대형 건설사조차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6조원 넘는 브리지론(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 건설 사업 초기에 쓰이는 단기 차입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만 연장되고 있다. 건설업계 미분양 위험이 금융권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초 2만 가구에 못 미쳤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1월 7만5400가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공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내준 금융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국 8600가구로 집계돼 전월 대비 1000가구(13.2%)나 증가했다.


미분양 위험 탓에 자본시장은 건설업계에 문을 걸어 잠갔다. 신용 A등급인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9일 2년물 회사채 8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100억원어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신세계건설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P-CBO는 기업 채권에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얹어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으로 B등급 수준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여겨진다. 신용 A등급에 재계 10위권 대기업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P-CBO 발행을 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PF를 십수 조원 내준 금융권도 미분양 위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브리지론을 책임졌던 증권업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본 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 포함)은 6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는 보험업권이나 다른 증권사 등으로부터 본 PF를 받아야 브리지론을 갚고 착공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14조원 중 58.4%가 브리지론이다.

지금처럼 미분양 위험이 큰 상황에서는 본 PF로 넘어가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분양이 끝나야 상환 자금이 마련되는 ‘분양형 본 PF’ 규모가 15조9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업장이 미분양 상태인 시행사가 본 PF 상환 자금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권 PF 위험은 중소형 증권사에서부터 터질 수 있다. 증권업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비율은 평균 44.2%인데 중소형 증권사는 48.8%로 대형사(35.5%)보다 13% 포인트 이상 높다. 다올투자증권(91%), 메리츠증권(88.4%), 하이투자증권(85.1%), 현대차증권(74.9%), BNK투자증권(71.4%)의 경우 대형 증권사 평균치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이들 중소형 증권사는 PF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자본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최대 70% 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지방, 비주택 PF를 많이 내줘 더 위험하다”면서 “중소형사 중 은행이나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곳은 유사시 매물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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