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식목일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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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서울 인왕산 산불로 15㏊의 숲이 불탔다.
먼 곳의 난리만 접하다 동네일이 되니 당황했다.
1948년 제정된 식목일은 박정희 대통령의 1960년대를 거치며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하나 그 이후 식목일은 숲의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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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서울 인왕산 산불로 15㏊의 숲이 불탔다. 먼 곳의 난리만 접하다 동네일이 되니 당황했다. 우리 구청 직원도 일부 현장으로 출동했고, 상춘객까지 몰리는 계절과 장소라서 가슴을 졸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나무와 풀 그리고 뭇 생명들은 피해가 컸을 것이다. 등산객 실수를 거론하지만 결국 주범은 기후위기와 자주 동반하는 봄 가뭄이고, 그마저도 봄비가 내리면 쉬이 잊힌다. 만일 식목일이 없었고, 인왕산이 옛 사진처럼 바위산에 민둥산 그대로였다면 산불이 없었을까 하는 객쩍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1948년 제정된 식목일은 박정희 대통령의 1960년대를 거치며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61년 ‘산림법’과 ‘임산물 단속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무분별한 나무 베기가 금지됐고, ‘연탄’의 명칭과 규격을 정부가 지정하는 가정용 난방의 변혁이 동시에 시작됐다. 62년부터 10년간 제1, 2차 경제개발계획 기간에만 165만㏊의 숲을 새로이 만들었고, 그사이 67년 산림청이 창설됐다. 73년부터 87년까지 제1, 2차 치산녹화사업으로 남한 면적의 20%에 달하는 205만㏊ 민둥산에 95억 그루의 묘목을 심어 숲으로 바꿨다. 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한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공인했을 정도다.
하나 그 이후 식목일은 숲의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건 상징적이다. 나무 심을 땅도 없고, 산불은 점점 더 대형화한다. 자원으로서의 숲도 휴양으로서의 숲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도, 기후위기만큼 중요히 여겨지는 종다양성 보전도 숲이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는 건 뼈아프다. 식목일을 제정한 지 75년이 됐고, 치산녹화 원년으로 기념하는 73년이 딱 50년 전이다. 이름 그대로인 식목일(植木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새로운 이름과 가치로의 재탄생을 고대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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