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도 가르쳐… 교회, 정착 프로그램 적극 운영을

박용미 2023. 4.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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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탈북성도 리포트] ⑤ 탈북선교 3.0 좌담회
탈북민 선교사역 전문가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엔데믹 시대의 탈북민 선교 방향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탁군진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 회장,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 도레미 반석학교 교감.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매년 1000명 넘게 입국하는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역할은 교회의 몫이었다. 2010년대에는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이 세운 교회가 늘면서 새로운 탈북민 선교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코로나19 기간 멈추다시피했던 탈북민 사역은 이제 엔데믹을 맞아 다시 도약할 때다. 이른바 ‘탈북선교 3.0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초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 탁군진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 회장,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반석학교의 도레미 교감을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나 탈북민 선교 활로 방안을 모색해봤다.

-많은 탈북민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그들을 섬겨야 할까.

△강철호 목사=탈북민은 한국에서 기독교를 처음 접하면서 북한 정치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교회 시스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쉽다. 탈북민이 교회로 거부감 없이 오게 하려면 교회가 그들을 위한 정착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개척한 새터교회의 경우 탈북민 자립지원센터를 만들어 남한의 사회·문화·역사까지 가르친다. 때로는 유행가도 알려준다. 그것도 남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문화 중 하나기 때문이다.

△탁군진 회장=탈북민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선 주일에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돈 이상의 기쁨과 안식을 이들에게 줘야 이들이 예배에 나온다. 내가 섬기는 지구촌교회 북한선교부는 코로나 기간에 출석하는 탈북민이 많이 줄지 않았다. 탈북민 출신 전도사님이 탈북민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보살핀 덕분이었다. 교회를 떠난 탈북민과도 꾸준히 관계를 맺다 보면 이들도 결국 교회로 돌아온다.

-새로운 MZ세대 탈북민들은 교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도레미 교감=탈북 청소년은 보통 교회가 좋은 곳이고 나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교회가 자신들의 사역을 드러내려고 탈북민을 이용하는 행태를 싫어한다. 아이들은 교회가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지 아닌지 금방 구분한다. 많은 대안학교 교사는 아이들 마음에 하나님과 교사의 사랑이 들어가면 삶이 바뀌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교회에서도 이런 보살핌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 탈북민이 들어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들에 대한 남한 성도들의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탁 회장=몇 년 전 탈북민 형제가 남한 자매와 결혼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매 가정에서 형제 얼굴도 안 보고 반대했다. 자매가 부모님을 오랜 기간 설득해 형제를 만나게 했더니 부모님이 이 형제 성품에 반했다. 지금은 둘이 결혼해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리스도인도 탈북민과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한 성도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우리 교회에서도 청년들이 대안학교를 찾아가서 탈북 청소년을 만나고 같이 캠프도 간다. 서로 멀게만 느끼던 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나면 ‘이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엔데믹을 맞아 많은 탈북민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강 목사=예년처럼 매년 1000~2000명씩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탈북한 지 오래된 이들의 마음도 돌아봐야 한다. 한국에 온 지 20년 됐는데 아직도 그들에게 탈북민 프레임을 씌우지 않나. 이제는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 속에서 선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 온 탈북민을 위해서는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과 그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탈북민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탈북 청소년을 돌볼 방법을 조언한다면.

△도 교감=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한국교회에 전무하다. 재미가 없고 할 일이 없으니 아이들이 교회를 안 간다. 그런데 교회에서 역할을 하나씩 맡은 애들은 교회를 좋아하고 잘 가는 걸 봤다. 봉사활동 하면서 목사님한테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내가 이렇게 쓸모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또 기타 피아노 같은 취미 생활을 가르쳐주는 교회를 좋아한다. 하나 더 요청하자면 한국말을 잘 모르는 중국 출생 아이들을 위해 중국어가 가능한 교사들이 교회에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들도 교회를 친근하게 느끼고 가고 싶어 할 것이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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