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보고서③] "北여성, 中남성에 인신매매…농사에 학생 동원"

강현태 2023. 4. 5. 00: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 인권 '사각지대'
탈북 여들이 하나원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인권보고서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탈북민이 직접 경험·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술했다. '탈북민 증언집' 성격을 띠는 만큼, 사실 검증이나 함의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4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데일리안은 파트별 주요 사례를 정리해 소개한다.

'위험 인지하고도
다른 탈북 방법 찾지 못해
인신매매 불가피하게 선택'

북한은 사회주의헌법(2019) 제77조에서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했다. 여성권리보장법(2015) 제2조에선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북한 정책이고 국가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북한 가정과 사회, 교육 등에서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정에선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거나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고, 딸에게는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 등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당 입당이나 승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국비 유학생 선발 시 여성을 배제하는 등 차별이 있다는 증언이 수집됐다.


특히 탈북여성의 인권 실태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신매매를 경험한 이들이 많았고, 이들 중에는 자신이 인신매매되는지 모르고 탈북한 사례도 있었다.


탈북을 위해선 탈북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브로커는 중국인과 연계해 탈북여성을 중국 남성에게 시집 보내거나 유흥업소 등에 팔아넘긴다고 한다.


일부 탈북여성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다른 탈북 방법을 찾지 못해 인신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국 지린성 투먼시 두만강나루터에서 중국인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고등학생이 매일 10시간 넘게
쉬는날 없이 20일간 농사일'

여성과 함께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아동 역시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가 다수 파악됐다.


북한은 아동권리보장법(2014) 제43조에서 가정에서의 아동 학대를 금지하고 있지만, 관련 범죄를 훈육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통교육법(2015) 제42조는 "학생들을 교육강령집행과 관련 없는 일에 동원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교과 과정에 '생산노동'이 포함돼있는 것은 물론, 방과 후 노동 등 교과 외 노동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있는 생산노동은 '농촌지원 활동'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전체 학년이나 몇 개 학급이 멀리 떨어진 농장으로 이동해 농장원(농민) 집에서 숙식하며 하루 8시간 이상 모내기, 감자 수확 등을 한다고 한다.


한 증언자는 고급중학교 1학년생부터 농촌지원 활동에 참여한다며 "1년에 1번, 기간은 20일이다. 쉬는 날 없이 매일 10시간 넘게 농사일을 해야 해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과 후 노동 동원 사례도 다수 수집됐다. 농촌 지역 학교의 경우, 농사일로 바쁜 봄·가을에 학생들이 학교 근처 농장으로 동원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학교 체벌의 경우, 2016년부터 학부모의 신소 제기 및 항의 사례가 늘어나는 등 개선 정황이 감지됐다. 실제로 한 증언자는 지난 2018년 초급중학교 재학 당시 교사에게 칠판대로 종아리를 맞아 멍이 심하게 들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아버지가 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후 교사가 때리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북한 학생들이 꽃놀이를 하는 모습(자료사진)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정치범 수용소, 납북자, 국군포로
기본적으로 사례 적어"

보고서 말미엔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특별사안' 대한 증언도 수록됐다. 다만 11페이지 분량으로 다른 파트에 비해 비중이 적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치범 수용소, 납북자, 국군포로는 기본적으로 사례가 적다"며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을 넓혀 이전 사례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됐지만, '특별사안'은 관련 증언이 적다 보니 이전에 확보해둔 자료들까지 참고해 작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조사를 통해 파악된 정치범수용소는 11곳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운영되는 시설은 △평안남도 2곳 △함경북도 2곳 △함경남도 1곳 등 총 5곳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군포로는 2016년 말 기준으로 500여명이 생존해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방부가 귀환한 국군포로와 탈북민 진술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다.


납북자의 경우, 한국전쟁 중 납북자(전시납북자)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출범한 국무총리 소속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이듬해부터 약 5년간 신고 접수된 5505건을 심사해 4777명을 전시납북자로 결정한 바 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납북자(전후납북자)는 3835명으로 집계됐으며, 3319명이 귀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한에 억류된 전후납북자는 516명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 운영 시스템'에 등록된 생존자가 올해 2월 기준 4만1900명이라고 밝혔다. 생존자의 85.5%는 70세 이상의 고령으로 확인됐다.


한편 보고서는 이산가족정보시스템 누리집 주소를 union.unikorea.go.kr로 기재했지만, 실제 주소는 reunion.unikorea.go.kr이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