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옆에 김주형, 그린재킷 더 고프다
타이거 우즈는 4일(한국시간) 연습 그린에서 퍼트를 하다 회색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얼굴을 찡그렸다. 하늘은 왜 이리 무심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 87회 마스터스가 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2021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아픈 우즈는 열여섯 번째 메이저 우승을 위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주형·임성재·김시우·이경훈이 출전한다.
마스터스 대회 기간 날씨 예보는 좋지 않다. 강수 확률이 1라운드 40%, 2라운드 80%, 3라운드 90%, 4라운드 70%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우즈는 비가 오면 온몸이 춥고 쑤신다고 한다. ‘깃발 꽂힌 천국’이라 불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내리는 비는 더 괴롭다. 마스터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다. 몇몇 홀은 스키장처럼 경사가 심하다.
우즈의 샷은 문제가 없다. 걷는 게 어렵다. 교통사고 이후 다리에 철심을 박았고, 나사를 끼워 넣었다. 이날 연습 라운드에서도 다리를 절뚝였다. 평지도 걷기 힘든데 아픈 다리로 비에 젖어 미끄럽고 질척이는 경사면을 걷는 건 더욱 힘들다. 2019년 허리 부상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해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우즈는 올해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그를 도와야 한다.
21세로 한국 선수 중 막내인 김주형에게서는 우즈의 향기가 난다. 무아지경 속에서 경기하는 것 같은 집중력, 포기하지 않는 의지, 송곳 같은 아이언샷, 꼭 넣어야 하는 퍼트는 넣고 마는 킬러 본능 등이다. 김주형은 우즈를 추앙한다. 이런저런 인터뷰 때마다 우즈에 대한 강렬한 팬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스무살 나이에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김주형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다를 지도 모른다. 자신의 우상인 우즈와 연습 라운드를 했기 때문이다. 김주형은 우즈, 로리 매킬로이, 프레드 커플스와 9홀을 돌았다. 비록 연습 라운드지만, 김주형이 우즈와 함께 라운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론 긴장된, 때론 행복한 표정이었다.
우즈는 김주형의 샷을 유심히 보더니 조언도 해줬다. 김주형은 “많은 이야기를 나눠 도움이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연습 라운드 장면을 올려놓고 ‘꿈이 정말 이뤄졌다’고 썼다.
김주형의 또 다른 꿈은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이다. 최근 기세가 약간 꺾인 김주형이지만, 우즈의 기를 받았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김주형은 4일 열린 마스터스 공식 기자회견에선 우즈 다음 순서로 초대됐다.
임성재는 마스터스에서 강하다. 2020년 공동 2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공동 8위를 기록했다. 임성재는 “어릴 때부터 그린 재킷을 입는 게 꿈이었다. 아직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6월 사우디 골프리그인 LIV 출범 이후 열리는 첫 마스터스다. LIV 소속 선수 18명이 출전한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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