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대행 ‘모범택시2’ 질주…통쾌함에 웃음 더했다
2년 만에 돌아온 SBS 드라마 ‘모범택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시즌2 10화에서 17.7%(닐슨, 전국)의 시청률로 시즌1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더니, 지난 1일 12화는 18.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와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팀원들이 만들어내는 ‘복수 대행 써-비스’에 시청자들이 열띤 반응을 보인다.
한국 드라마에서 복수극은 새로운 장르는 아니다. 2008년 ‘아내의 유혹’(SBS)과 같은 불륜 복수극부터 최근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더글로리’(넷플릭스)까지, 복수극은 다양한 소재를 섭렵하며 진화했다. ‘모범택시2’의 차별점은 복수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룬다는 데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피비린내 내면서 파멸을 향해가는 다른 복수극과 달리 ‘모범택시2’는 코믹하고 가볍게 복수에 접근해 보다 대중적인 복수극 모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공감 가는 소재와 함께 속도감 있는 전개도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해외취업 사기, 아동 학대, 사이비 종교단체, 부동산 불법 브로커, 클럽 게이트 등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현실의 뉴스에서 목격했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헌식 평론가는 “대개 한두 회차에 걸쳐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완성된다”며 “시간적 여유가 없는 요즘 시청자가 드라마 중간에 새롭게 진입하기도 수월하다”고 분석했다. 시즌1에서는 검사나 수사기관 등의 역할에 의미를 싣는 내용이 곳곳에 등장했다면, 시즌2에서는 오롯이 에피소드에만 집중하면서 전개 속도를 높인다는 평가다.
캐릭터 설정도 독특하다. 배우 이제훈은 복수 대행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적인 김도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본캐(본캐릭터)’ 김도기 파트에서는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부캐(부캐릭터)’ 김도기로 변신해 능청스러움과 유쾌함을 연기하며 ‘단짠단짠’의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부캐’ 김도기는 남루한 죄수복부터 휘황찬란한 무속 의상까지 14벌 이상의 의상을 소화하며 시청자들 사이에 ‘죄수도기’ ‘무당도기’ 등의 애칭을 얻었다.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에 설득력을 부여하면서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평이다.
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흥행도 성공적이다. 공희정 평론가는 “해외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즌1보다 시즌2에서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문화적 배경 지식 없이도 드라마를 이해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모범택시2’의 해외 배급을 담당하는 아시아 최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Viu(뷰)에 따르면, ‘모범택시2’는 공개 10일 만에 홍콩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전역과 중동·아프리카 등 16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차지했다. 현재 6주 연속 1위다. 시즌2의 흥행은 2년 전 방송된 시즌1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져 ‘모범택시1’이 전체 4위까지 시청 순위가 올라가기도 했다. Viu에서 콘텐트 구매와 기획을 담당하는 메리엔 리(Marianne Lee) 총괄은 “사회악을 처단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소재가 동남아 등 현지에서도 큰 반응을 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언제 언니처럼 노래할 수 있을까"…현미 별세에 가요계 애도 | 중앙일보
- 발톱 깎다가 석달 목발 신세…내 주변의 ‘삑사리 인생’들 | 중앙일보
- '학폭 제로'의 기적 써낸 선생님…그는 현실판 문동은이었다 | 중앙일보
- "尹을 박살 내라고요?"가 349만…국회의원 중 '1위 유튜버'는 | 중앙일보
- '생활고 호소' 김새론, 음주운전 1심 선고 앞두고 홀덤펍서 포착 | 중앙일보
- 첫 만남에 '노브라' '백발'…돌싱 남녀가 꼽은 황당 순간은 | 중앙일보
- 시세차익만 60억…박명수 아내 한수민 '스타벅스 재테크' 뭐길래 | 중앙일보
- 밥먹을 때 폰 보면 옐로카드…손님에 경고 날리는 식당들, 왜 | 중앙일보
- [단독] "이준석 '의원 평가 시험' 폐기" 김기현표 당 혁신안 착수 | 중앙일보
- 축구부인데 공부 전교1등…서울대 찍고 K리거 꿈 이룬 이 청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