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장 초반 하락세…유가 상승·고용지표 주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4일(현지시간) 국제유가 급등,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를 주시하며 장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전날 급등한 국제유가가 이날도 소폭의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2월 구인건수는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개 아래로 떨어져 노동시장 둔화 시그널을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44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3.57포인트(0.34%) 떨어진 3만3487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8.11포인트(0.20%) 하락한 4116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56포인트(0.15%) 낮은 1만2170선을 기록 중이다. 혼조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이후 낙폭을 키우며 모두 하락 전환했다.
현재 S&P500에서 에너지, 산업, 소재, 금융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업종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은 일제히 1%대 낙폭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회담을 앞두고 미중 갈등 우려가 커지면서 텐센트뮤직(-2.30%), 니오(-3.46%), 가오투 테크에듀(-5.23%) 등 중국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세다. 이밖에 버진 오빗은 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후 전장 대비 70%이상 폭락했다. 전자상거래 회사 엣시는 파이퍼샌들러가 투자의견을 상향하며 4%이상 올랐다. 보잉은 노스코스트 리서치가 투자등급을 매도로 햐향 조정하며 2%가량 밀렸다.
투자자들은 OPEC+의 감산 발표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을 주시하며 이번주 공개되는 주요 지표들을 대기하고 있다.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 공개된 미국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구인건수는 993만1000건에 그쳐 1000만건을 하회했다. 경제매체 CNBC는 "1000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약 2년만에 처음"이라며 "노동시장을 둔화시키기 위한 Fed의 노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1월 수치(1056만3000건)도 기존보다 하향조정됐다.
오는 7일에는 3월 고용보고서도 공개된다. 월가에서는 3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24만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월 31만1000명에서 추가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6%로 예상하고 있다. 당일 성금요일로 뉴욕증시가 휴장해 시장에 즉각적 여파를 주지는 않지만, Fed의 향후 긴축 경로에 대한 추가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날 지표 발표 이후 Fed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가능성이 재차 강화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5월 동결 전망을 57% 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42%대에서 높아진 수치다. 반면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57%대에서 42%대로 내려갔다.
앞서 산유국의 추가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Fed의 금리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었다.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금리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Fed가 주로 주시하는 물가지표가 변동성이 높은 유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라는 점에서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제기됐다.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국제유가 상승세에 제한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가운데 이날 노동시장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면서 재차 동결에 무게가 쏠린 것이다. 앞서 이날 호주중앙은행(RBA)도 금리를 3.6%에서 동결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금리는 구인이직보고서 발표 이후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38%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87%선까지 내려갔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4%이상 낮은 101.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날 6%대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소폭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75% 높은 배럴당 81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0.4% 상승한 8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OPEC+가 감산 결정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 100달러선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시장을 뒤흔든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우려를 둘러싼 경계감도 남아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개된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 "현재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나갔더라도 향후 수년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손상되면 모든 은행에게 피해를 준다. 이는 이번 위기 이전에도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는) 시장에 많은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고 은행과 대출 기관들이 더 보수적이 되면서 금융 상황 긴축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이번 은행권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파산 위기에 내몰려 UBS에 인수된 크레디스위스(CS)의 악셀 레만 회장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공개 사과했다. 이번 사태 이후 공식적으로 첫 사과다. 레만 회장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주총에서 사과문을 통해 "은행을 회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CS는 스위스 당국의 지원 하에 결국 UBS에 인수합병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70억달러 규모의 코코본드가 상각되는 등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쳐 논란이 일었었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다. 독일 DAX지수는 전장 대비 0.41% 올랐고, 영국 FTSE는 0.20% 내렸다. 프랑스 CAC지수는 0.21%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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