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다이먼 "은행위기 아직 안 끝나...몇년간 여파"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은행권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향후 몇 년간 경제 전반에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이먼 CEO는 4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 "지금 이 서한을 쓰고 있는 지금도 현재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나갔더라도 향후 수년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다이먼 CEO는 "이러한 실패는 어떤 규모의 은행에도 좋지 않다"며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권 위기 우려로 대형 금융기관에 예금이 몰리면서 호재가 됐다는 일각의 분석을 일축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손상되면 모든 은행에게 피해를 준다. 이는 이번 위기 이전에도 알려진 사실"이라며 "소규모 은행의 예금 유입으로 대형은행이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붕괴가 어떤 식으로든 그들(대형은행)에게 이롭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시장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당시)과 같진 않지만, 현재의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시장에 많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고 은행과 다른 대출 기관들이 더 보수적으로 됨에 따라 금융 상황 긴축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의 부담에 대출 위축 등이 더해질 경우 경기에는 한층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이먼 CEO는 이번 사태의 뇌관이 된 SVB 파산 문제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SVB 사태 첫날 총자산 4분의1에 달하는 420억달러(약 55조6000억원)가 빠져나간 것 역시 "알 수 없는 위험"이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다만 다이먼 CEO는 "최근 규제 변화가 변화를 가져왔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안전한 국채 보유를 권하기만 했고 리스크 점검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당국은 은행들에 안전한 정부 채권을 소유하는 것을 장려했다"며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가 급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은행들을 상대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모기지론 부실 등이 뇌관이 된 것과 달리 "현재의 은행 위기는 훨씬 적은 수의 금융주체, 해결해야 할 문제와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43페이지 분량의 이번 서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VB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완화된 규제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이후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 서한에서 다이먼 CEO는 새로운 규제가 부실 은행 처리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칙을 포함해 "사려 깊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행 중인 규제, 감독, 해결체계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실패를 막지 못했고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패 가능성, 전염 가능성을 줄이는 것 외에 모든 실패를 제거하는 규제 체계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규칙한 스트레스 테스트 자본 요구 사항과 미래 규제에 대한 끊임없는 불확실성은 은행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하지만 과잉반응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이먼 CEO는 과거 2008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 인수를 주도한 데 이어 이번 은행권 위기 진화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중심 역할을 했다. 지난달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은 다이먼 CEO와 당국 주도로 '제2의 SVB' 우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을 대상으로 300억달러 긴급 수혈을 결정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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