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더비’ 주인공이 두 발로 끝냈다…두산, NC 1-0 제압

고봉준 2023. 4. 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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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을 1-0 승리로 이끈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6)는 이른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언제나 무심한 표정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이러한 별명이 붙었다. 얼굴만 보면 귀찮음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공수 활약을 펼치는 이가 양의지다.

그런데 양의지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긴장된다. 설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하나. 지난 4년간 몸담았던 NC 동료들 그리고 과거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던 강인권 감독과 다시 적이 되어 만나는 하루였기 때문이다.

광주진흥고를 나온 양의지는 2006년 입단 당시에는 그리 촉망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2차지명 8라운드라는 순위가 말해주듯 관심은 다른 상위 순번 선수들에게 쏠렸다. 그러나 초년병 시절 두산 강인권 배터리코치로부터 특별교육을 받으며 주전급 포수로 거듭났다. 2018년 12월 4년 총액 125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NC와의 동행은 4년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4+2년 총액 152억 원의 초대형 계약서를 안고 두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통해 NC 동료들과 다시 적이 되어 만났다. 플레이볼을 앞두고 만난 양의지는 “NC 동료들은 물론 어릴 적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강인권 감독님과 만나게 됐다. 혹시 모르니 오늘은 NC 벤치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른바 ‘양의지 더비’라고 명명된 이날 맞대결에서 두산이 어렵게 웃었다. 두산은 8회말 2사 1루에서 터진 김인태의 우중간 2루타를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공교롭게도 결승점을 올린 주자가 바로 양의지였다.

경기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과 NC 선봉장 송명기가 모두 자기 몫을 다했다. 먼저 곽빈은 7회까지 94구를 던지며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했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국가대표 투수들이 개막 전후로 부진했던 점과 달리 최고시속 147㎞의 직구(42개)와 커브(24개), 체인지업(18개) 등을 섞어 던져 NC 타선을 제압했다. 송명기 역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면서 응수했다.

두산 양의지(왼쪽)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을 1-0으로 이끈 뒤 홍건희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얼음 같던 0-0의 흐름은 8회 깨졌다. 두산이 2사 후 찬스를 잡았다. 양의지가 자신의 타석 바로 앞에서 바뀐 투수 심창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불안한 흐름을 감지한 NC 강인권 감독은 곧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선택은 김시훈. 그러나 두산 김인태가 김시훈의 포크볼을 제대로 받아쳐 중견수 한석현 옆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미 2루 스타트를 걸었던 양의지는 잰걸음으로 3루를 돌았고, 한석현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결국 이 점수는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두산 마무리 홍건희는 9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고 1-0 승리를 지켰다.

이날 볼넷 3개를 포함해 1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양의지는 경기 후 “빠른 두 발로 승리를 만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고영민 1루코치님이 변화구 사인이 나올 것 같으니 도루를 시도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과감하게 뛰었는데 마침 (김)인태가 잘 쳐줘서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의지는 NC 포수 박세혁이 타석으로 오자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둘은 유니폼을 맞바꿨다. 양의지는 NC에서 두산으로 갔고, 반대로 박세혁은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양의지는 “원래 (박)세혁이를 만나면 그렇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고생하던 친구라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열심히 하자’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LG 트윈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7-1로 물리쳤다. 선발투수 아담 플럿코가 5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에선 문성주와 오스틴 딘이 나란히 2안타 2득점씩을 올렸다. 또,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는 안방에서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각각 7-6과 3-1로 제압했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맞대결은 비로 노게임 선언됐다. 1-3으로 뒤진 KT의 4회 공격을 앞두고 빗줄기가 거세져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재개되지 못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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