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저점 찍고 ‘급등’?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24)
2023년 들어 암호화폐(크립토)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3월 30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만8400달러 선에서 형성 중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22%, 연초 대비로 따지면 70%가 넘는 가파른 상승률이다.
비트코인 랠리를 놓고 여러 해석이 따라붙는다. 미국의 긴축 완화 정책으로 투자 심리가 살아났고 크레디트스위스나 도이치방크 같은 전통 금융이 흔들리면서 믿을 만한 대체 자산으로 비트코인 가치가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 역시 반등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4년 4월 예정된 반감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까지 뛸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는 중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4년마다 채굴 보상 절반으로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3번의 반감기를 거쳤다. 현재는 블록 1개 생성당 채굴 보상이 비트코인 6.25개다. 2024년 4월로 추정되는 반감기 이후에는 3.125개로 줄어든다. 가장 최근 있었던 반감기는 2020년 5월 11일이었다.
반감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트코인 채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에 있다. 은행 같은 중앙기관 없이도 위변조 걱정 없이, 서로 금융 거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은행 대신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증명해야 한다. 이른바 ‘관리자’가 필요한 셈이다. 크립토 생태계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관리자 역할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푼 사람’에게 맡긴다. 거래 내역을 기록·증명한 사람, 즉 ‘블록을 생성한 사람’에게 그 보상으로 코인을 나눠 준다. 이 과정이 바로 ‘채굴’이다. 비트코인은 딱 2100만개가 생성되고 나면 그 후로는 더 이상 채굴이 불가능하게끔 설계됐다. 문제는 생성할 수 있는 블록 개수에는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자는 1년에 블록을 평균 5만개 정도 만든다. 만약 블록 1개당 채굴 보상이 비트코인 50개(최초 보상 기준)로 고정돼 있다고 가정하면 1년에만 비트코인 250만개가 쏟아진다. 계산대로라면 약 8년 만에 모든 비트코인이 채굴돼버린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4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채굴할 코인이 남아 있다.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가 ‘반감기’라는 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는 약 4년에 한 번, 정확히 말하면 블록 21만개가 생겨날 때마다 한 번씩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블록 생성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 난이도를 2배로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문제가 ‘1부터 1억 중 특정 숫자 1개를 찍어서 맞히시오’라고 한다면 반감기 이후에는 범위를 2억까지 확대하는 식이다.
희소성 증가…“과거에도 올랐다”
그동안 반감기가 도래하면 비트코인 가치는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논리는 단순하다.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가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다.
실제 반감기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올랐다. 두 번째 반감기였던 2016년 7월 9일. 66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 1000달러를 돌파, 1년 뒤인 2017년 7월 9일에는 2570달러를 기록했다. 랠리는 2017년 12월(1만9666달러)까지 526일 가까이 지속됐다. 세 번째 반감기 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2020년 5월 11일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 2만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고점은 2021년 11월 기록한 6만9000달러다. 랠리 지속 기간은 이전 반감기와 비슷한 548일이다.
여러 전문가도 반감기에 따른 비트코인 강세를 전망하고 나섰다. 코인 투자사 ‘캐프리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인 찰스 에드워드는 “비트코인이 일반적으로 바닥을 치는 반감기 시기가 2022년 4분기 도달했다. 경험적으로 반감기로부터 약 12~18개월 전 비트코인이 바닥을 찍었다”고 말했다. 반감기 상승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가격 예측 모델도 있다. 그 유명한 ‘S2F(Stock-to-Flow)’라는 모델이다. 트위터에서 ‘플랜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크립토 애널리스트가 고안한 모델로, 코인 생태계에서는 상당히 정확한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비트코인 총 공급량과 연간 채굴량 비율을 나타내는 ‘SF 비율’을 이용해 가격을 예측했다. 특정 자산의 보유량(Stock)과 해당 자산이 새로 생산되는 속도(Flow) 사이 비율로, SF 비율이 높을수록 희소성이 크다고 본다.
예를 들면 플랜비가 모델을 제시했던 2019년 기준 전 세계 금 비축량은 19만t, 연간 채굴량은 3500t 정도였다. 이때 SF 비율은 약 54다. 즉, 현재 전 세계가 보유한 양만큼 금을 채굴하려면 앞으로 54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당시 다이아몬드 SF 비율은 19, 은(silver)은 3, 팔라듐은 1이었다.그는 특정 자산 SF 비율과 시가총액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로축을 SF 비율로, 세로축을 시가총액으로 놓고 그래프를 그려보니 대부분 귀금속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SF 비율이 가장 높은 금의 시가총액이 가장 컸고 다이아몬드, 은, 팔라듐 시가총액 역시 SF 비율과 비례했다.
플랜비는 비트코인 SF 비율과 시가총액을 두고 “비트코인이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비트코인 SF는 약 29로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높았지만 시가총액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는 “S2F 모델에 따르면 2020년 반감기 이후 SF 비율은 2배로 오른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까지 뛸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8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상 줄면 채굴 유인 떨어져 ‘역효과’
물론 단순히 반감기 주기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인 가격은 과거 성장세를 반영할 뿐 아니라, 거시경제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알기 쉽게 지난해 금리 인상과 루나 사태에 따른 폭락만 봐도 그렇다. S2F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많다. 귀금속이나 원유 등 자산은 다른 산업에서 수요가 있지만 비트코인은 산업적으로 아무런 효용이 없는 만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는 오히려 반감기가 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채굴자 입장에서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하면 더 이상 채굴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떨어지면서 비트코인 생태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 차례 반감기를 거쳐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0이 되면 시스템 전체 안전성을 보장하는 경제적 보상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감기 이후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드라마틱한 급등’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학습 효과’ 탓이다. 시점까지 명확히 예정된 호재인 만큼, 이미 현재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뿐 아니라 채굴 사업자 행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코인 침체기 동안 팔지 않고 비축해놓은 비트코인을 반감기 전후로 대거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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