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재건축 2라운드…3만가구 강남 속 미니 신도시 탈바꿈 [재건축 임장노트] (12)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1981년 양재천 남쪽인 개포·일원동 일대에 형성된 택지개발지구다. 전체 394만㎡ 규모로 1981년 지정 당시에는 택지개발지구 중 최대 규모로 평가받았다. 1982년부터 이곳에 저층 단지가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강남에 위치했지만 전용 30~60㎡의 소형 주택이 많고 집값이 워낙 저렴해 서민 보금자리로 불렸다. 허허벌판 진흙탕과 논, 밭, 구릉지 속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편의 시설이 부족한 탓에 주거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재건축 바람까지 불면서 개포 아파트 가격은 2000년대 중반 한때 3.3㎡당 400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재건축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 정부가 집값 상승 진원지인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 규제를 하면서 재건축은 주춤했다. 집값은 비싸지만 ‘낡은 동네’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낡아버린 아파트는 흉물로 취급받았다. 개포를 가리켜 ‘개도 포기한 동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개포주공2단지는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가 됐고,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개포시영을 헐고 지은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 일원현대였던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까지 합쳐 그동안 8400여가구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했다. 올해는 개포주공4단지를 신축한 ‘개포프레지던스자이(337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새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자 개포지구는 어엿한 강남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개포 중층 단지도 재건축 시동
5·6·7단지에 우성4·6·7차 속도
개포지구 단지들이 차례로 완공되자 그때 미처 재건축을 진행 못했던 다른 단지들이 이번에는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최근 전세 가격이 수억원씩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이 재건축 심의 문턱을 넘기에는 좋은 시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웬만한 호재도 집값이 들썩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한 주인공은 ‘개포주공5단지’다.
개포주공5단지 건축 계획안에 따르면 1983년 준공된 개포주공5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35층, 1277가구로 탈바꿈한다. 전체 가구 가운데 공공주택은 144가구, 분양주택은 1133가구다. 공공주택 144가구는 전용 59~84㎡로 구성해 모두 장기 전세 주택으로 활용한다.
단지 자체는 전용 59~120㎡, 펜트하우스 등으로 다양하게 설계됐다. 전용면적별로 ▲59㎡ 56가구 ▲74㎡ 220가구 ▲84㎡ 426가구 ▲98㎡ 241가구 ▲114㎡ 121가구 ▲128㎡ 4가구 ▲156㎡ 5가구로 구성된다.
개포주공5단지는 올 5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내년에는 착공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빠르면 2027년 준공하는 일정이다.
이외에도 개포우성 단지들은 지난해부터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개포우성7차는 지난해 10월 말에야 동의율 83.6%를 확보하고 추진위 구성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고, 이어 11월 강남구로부터 추진위 설립 승인을 받았다. 개포우성7차는 현대 17개동 802가구를 허물고 1234가구 대단지로 거듭난다.
개포우성4차와 6차도 모두 지난해 9월 추진위 설립에 성공했다. 개포우성4차는 기존 459가구를 허물고 1080가구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 개포우성6차 역시 추진위 단계로 기존 8개동 270가구를 허물고 417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를 통합 재건축하는 이른바 ‘경우현’은 신속통합기획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빠르면 연내 신속통합 기획안이 나올 예정. 경우협은 현대 1499가구를 허물고 3000여가구 규모 대단지를 신축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재건축 2라운드’를 시작한 개포지구가 정비사업을 모두 마치면 개포지구는 기존에 입주를 마친 단지를 포함해 3만여가구 미니 신도시급 주거 단지로 탈바꿈한다.
만약 개포주공5단지 전용 61.19㎡(25평)를 보유한 조합원이 신축 후 전용 84㎡(34평)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조합원은 분담금으로 1억747만원을 내게 될 전망이다. 전용 61.19㎡ 종전가액을 16억1000만원, 권리가액은 14억8586만원으로 가정했을 때의 계산이다. 평수를 보다 늘려 전용 99㎡를 분양받는다고 해도 이 조합원은 2억5204만원의 분담금만 내면 된다. 기존 주택과 비슷한 평형인 59㎡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조합원은 오히려 2억2491만원을 돌려받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 전용 61.19㎡는 지난 2월 1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후 이웃 신축 단지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나 ‘디에이치아너힐즈’ 시세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두 단지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인분당선 개포동역, 양재천과 맞닿아 있는 등 입지적 여건이 뛰어나서다. 최근 실거래 사례는 없지만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59㎡는 20억원 안팎에, 전용 84㎡는 26억~27억원 안팎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같은 방법으로 가장 큰 평형인 전용 83.17㎡(34평)를 보유한 조합원은 전용 59㎡ 신청 시 5억6639만원, 전용 84㎡ 신청 시 2억3400만원, 전용 99㎡ 신청 시 8943만원을 각각 환급받는다. 전용 114㎡를 분양받을 경우에는 1억4839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포지구 새 아파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개포지구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알짜 입지인 데다 건너 동네 구룡마을 개발까지 완료되면 개포동 일대가 강남권 랜드마크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인근 도곡동, 대치동과 가까워 편의 시설이 잘 갖춰졌으면서도 이들 지역 노후 주거 단지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찾아 유입되는 수요자 등 잠재 수요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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