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엔솔…‘깜짝 실적’ 46곳 어디
연초 증시는 우려와 달리 순항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3월 들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하며 증시가 출렁였다. 1월 말부터 24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가 SVB 파산 사태 이후 2350선 밑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올해 1~2월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3월 들어 1조원어치 이상 주식을 팔아치우며 이탈하기 시작했다.
SVB 파산 사태로 금융 시장 불안과 거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실적이 탄탄한 종목이 비교적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상반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1분기 ‘깜짝 실적’ 기록할 종목
삼성전기·LG전자 추정치 상향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8일까지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상장 기업은 46개다.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 기업은 예상보다 수익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기업은 101개에 달한다.
최근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대표적인 종목은 삼성전기다.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무려 8곳의 증권사가 3월 들어 삼성전기의 1분기 실적을 상향 조정했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회복되는 분위기인 데다, 올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 부문의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개된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 위주 출하 호조로 고급 스마트폰 부품 수요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며 “초소형·고용량 MLCC와 2억화소 카메라 공급으로 유의미한 판가 상승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실적 기대치도 높다. 3월 한 달간 LG전자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등 7곳이다. 2월만 하더라도 전망치는 9550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1조683억원까지 높아졌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LG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3월 28일 종가(11만1800원)보다 25.18% 높은 13만9947원이다.
특히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5187억원으로 전망한 키움증권 분석이 눈에 띈다. 증권사 평균치보다 4500억원 이상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강도 높게 진행한 원가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력 사업과 함께 성장 사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전망의 배경이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반면, TV 등 세트 가전은 지난해 강력한 재고 조정을 한 덕분에 출하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평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으로 판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원가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자동차 부품과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 성장 사업의 성과가 본격화되고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유럽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라고 덧붙였다.
효성티앤씨·진에어·농심 등 주목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3월에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7곳이다.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영업이익은 4795억원. 특히 현대차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이 증권사 평균치보다 무려 1000억원가량 높은 57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센티브 중 하나인 배터리 생산 세액 공제(AMPC) 효과를 반영한 영향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의 세액 공제를, 여기에 배터리 모듈까지 생산하면 추가 10달러 공제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이 2025년까지 대폭 확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AMPC 효과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AMPC 예상 효과 중 30%를 영업이익에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며 “국내 2차전지 산업은 미국 중심의 성장이 부각되는 등 프리미엄 요인이 충분하리라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실적이 견조한 데다, 미국에서 거둔 성과도 뚜렷하다. 올해 1~2월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약 11만3000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수치다. 이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38% 늘어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할인 정책 없이 거둔 판매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누적 8만9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전기차 판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기대는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EV9에 쏠린다. 기아의 전기차 모델 중 최고가 판매가 예정된 상태다. 올해 2분기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는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올해 1~2월 글로벌 도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했다”며 “2021년 공개한 EV6는 지난해 목표치인 10만대를 소폭 밑도는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대기 수요를 소화하며 무난히 1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2분기부터 판매 예정인 EV9까지 합쳐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무난히 24만대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효성티앤씨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도 3곳에 달한다.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완공된 중국 닝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내수 회복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닝샤 공장 가동률은 올해 2월 80%까지 높아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중국 내수 회복 영향으로 판매 물량이 지난 분기 대비 약 8~9% 늘어나면서 스판덱스·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243억원으로 흑자전환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효성티앤씨의 1분기 영업이익은 433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 외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견조한 해외 실적이 예상되는 소비재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LCC 중에서는 중국 노선 재개 효과가 기대되는 진에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진다. 특히 대신증권은 올해 진에어의 1분기 영업이익이 53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심도 전문가들이 꼽는 ‘깜짝 실적’ 후보다. 지난 2년간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올해부터는 곡물 가격 하락으로 마진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443억원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해외 시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채널 확대에 따른 비용 투입도 마무리됨에 따라 이익이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익 개선 지속 여부 중요
2분기 실적 확대 종목 선별해야
전문가들은 1분기 ‘깜짝 실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이익 개선 흐름이 나타나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호실적에 이어 2분기 이익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64억원) 대비 약 18.83% 늘어난 789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분기보다도 약 57.79% 높은 1245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산 부문에서 해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주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현재 2차 이행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호주 차세대 장갑차 도입 사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선정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폴란드 역시 레드백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S일렉트릭 역시 1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LS일렉트릭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77억원이다. 2월에는 426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2분기에는 584억원까지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적극적인 자산 효율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 구조가 개선됐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긍정적인 전망의 배경이다. 김지산 리서치센터장은 “전력 기기와 자동화 기기는 지난해 제품 판가를 인상한 상태에서 원가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1분기에는 사상 최고 실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 외에도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종목이 꽤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넥센타이어, 네이버, TYM 등은 상반기에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홀딩스, 풍산, GS리테일,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당분간 주식 시장에서 실적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NH투자증권은 “은행권 리스크 확산 우려가 진정되기 시작한 가운데, 시장 초점은 점차 실적으로 옮겨 가고 있다”며 “코스피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1, 2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바닥을 다지는 구간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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