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시경영’ 주도...‘뉴 롯데’ 전환 가속 [CEO 라운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4. 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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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계열사 임원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8)이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로 3년 만에 복귀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책임 경영 강화’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뉴 롯데’로의 체질 개선에 주도권을 쥐고 ‘적시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와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칠성음료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이사 선임 건이 가결됐다. 롯데칠성은 박윤기 부사장 단독 대표에서 신 회장과 박 부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신 회장은 2017년 롯데칠성 사내이사가 됐고 2019년 재선임됐으나 같은 해 12월 사임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롯데지주 대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대표 ▲롯데케미칼 대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 총 5개 계열사의 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955년생/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컬럼비아대 MBA/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입사/ 2004년 롯데 정책본부장/ 2011년 롯데그룹 회장(현)
신 회장 복귀에 대해 롯데 측은 “책임 경영 강화와 글로벌 투자, 인수합병(M&A), 사업 확장 등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오너 경영인이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주요 의사 결정에 관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이를 책임 경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다만, 재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롯데그룹의 대응역량이 경쟁 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뒤쳐졌다는 세간의 인식에 비춰, 주력 사업 계열사에서 신 회장이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에 전권을 맡기기 보다 직접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크게 보면, 최근 롯데의 전략은 두 갈래다. 첫 번째는 기존 주력 사업의 효율화다. 두 번째는 기존 주력 사업의 다각화(Diversification), 외연 확장·관리(Boundary spanning)와 신성장동력 투자다. 이는 외부에서 데려온 전문경영인이 신 회장과 호흡을 맞춰 세부 전략을 짜는 식이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신 회장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느낄 만한 대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력 사업의 경우 손익 구조 개선 등 경영 효율화와 다각화·외연 확장 등에서 신 회장이 입버릇처럼 언급한 ‘적시 경영’이 적확히 구현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Right thing)을 적시(Right time)에 실행해야 한다”며 ‘적시 경영’으로 복합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신 회장이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력 사업 계열사(롯데지주 제외)는 최근 수년간 여러 이유로 시장에서 입길이 올랐던 곳이다. 합병 전 롯데제과는 1967년 설립 뒤 제과 분야 1위를 지켜오다 2020년 오리온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고전 중이다. 롯데푸드도 최근 수년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롯데칠성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연결 기준 순손실을 기록해오다 최근 수익성 중심 경영기조를 강화하며 체질 개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적시 경영’ 화두 제시

신사업서도 잡음 불거져

신 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평판이 손상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신사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롯데헬스케어는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기술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롯데그룹의 평판 훼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한다. 핵심 무형자산은 연구개발(R&D) 역량(Capabilities)이다. 좋은 인적 자산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혁신 성과물을 축적해 성장 궤적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롯데 측이 기술 아이디어 도용 논란을 ‘대기업-중소기업 프레임’으로 다소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위기(Crisis)’가 아니라 ‘이슈(Issue)’로 얕은(Superficial) 수준의 문제 인식을 보여 평판 훼손을 더 키웠다는 게 벤처업계 시각이다.

한 벤처캐피털 회사 사장은 “바이오 같은 분야는 롯데그룹이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분야인데, 이런 쪽에서 성과를 내려면 외부의 좋은 인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입, 흡수해야 한다”며 “벤처업계에서 롯데의 평판이 크게 훼손되면서 인적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매우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정교한 설계 아래, 주도면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수를 대하는 태도나 관점에 따라 향후 성패가 갈린다”며 “실수를 단순히 사고나 이슈 정도로 치부한다면, 해결 과정에서 조직의 자산으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 회장은 조직 구조 정비와 인적 자원 쇄신을 통해 기존 주력 사업의 전략을 정비하는 한편, 신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각 계열사별로 내외부 전문경영인과 호흡을 맞춰 위험이 수반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조직 전반에 새로운 문화와 루틴(Routines)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한다. 당장 주목받는 분야는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주목도가 높은 유통군과 바이오 분야다. 롯데는 향후 5년간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에 15조2000억원, 기존 사업 부문인 유통·식품·화학 분야에 2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총 37조원 가운데 40%가량이 신사업 부문에 투자된다.

유통에서는 기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통합해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공략과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롯데는 ‘그로서리 플랫폼(Grocery Platform)’으로 새 정체성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자동화물류센터(CFC) 6곳을 구축한다. 첫 번째 자동화물류센터는 2025년 가동한다.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단순 위탁생산이라 할 수 있는 CMO와 달리 CDMO는 신약 개발 단계부터 빅파마와 임상에 참여하다 개발 성공 시 수년간 생산을 도맡는 구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큅(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BMS와 최소 2억2000만달러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 외에도 추가 수주를 위해 국제 제약·바이오 행사도 연이어 참가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3호 (2023.04.05~2023.04.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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