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6] 성경 속의 ESG 인권경영

전병선 2023. 4. 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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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영(Human Rights Management)이란 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관련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할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경영의 실패는 기업이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직접 침해함으로 발생될 수 있고, 타 기업에 직접 및 간접으로 영향을 미쳐서 해당 기업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더 넓은 형태로는 인권침해를 하는 기업과 사업 관계를 가짐으로 해당 기업이 자행하는 인권 위배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인권경영은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은 누구나 인권을 향유한다는 것을 선언함과 동시에 인권을 존중할 의무는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조직과 개인에게도 부과된다”는 선언이다. 즉,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기업과 인권이행 원칙’을 채택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도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으며, 기업 활동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구제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오늘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인권의 개념은 구약시대나 신약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인권존중 정신은 인간 창조 역사와 동시에 전제되어 있다. 창세기 1장 27절에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랐다는 것은 한 사람의 생명과 존재의 가치가 그만큼 귀중하다는 것이다.

창세기 2장 7절에서도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생기, 즉 자신의 영을 인간의 코에 불어 넣으셨고, 그러자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명체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으며 하나님의 영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흙 자체는 아무런 생명력이 없지만 하나님의 살리는 영이 흙으로 지은 형상에 들어가자 인간은 살아있는 영이 되었으며, 영적 존재로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존귀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창세기 말씀 이외에도 배경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우를 받아야 함을 강조한 말씀이 있다. 레위기 19장 13~15절에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품꾼의 삯을 아침까지 밤새도록 네게 두지 말며,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할지며”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빈부에 따라, 신분의 차이에 따라, 장애 여부에 따라 인간이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시의 신분제 사회 속에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한센병 환자, 세리와 창녀, 노예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믿음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동일한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등의 정신은 초대교회 성도들에게로 계승되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신분과 계급, 성별과 연령 차이와 관계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도우며 극심한 박해를 이겨나가고 함께 신앙을 지켰다.

에베소에서 바울이 전해주는 복음을 듣고 회심한 빌레몬은 도망한 노예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교회공동체로 초대하여 신앙의 형제로 받아들였다. 빌레몬 당시의 로마 사회는 노예를 사유재산이자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여기는 노예의 인권이 없던 사회였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회제도와 신분을 초월하여 공동체를 만들어간 초대교회는 21세기 ESG 인권경영을 실천한 것이다.

ESG경영의 지표 중 인권과 관련된 몇 가지 요소가 중요한 평가지표로 포함되어 있다. 가령 국내외 주요 13개 ESG 평가지표와 공시기준을 반영하여 정리한 K-ESG 가이드라인을 보면, 유엔 ‘세계인권선언’ 및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등 주요 인권 관련 국제원칙과 협약에 기반하여, 기업이 인권경영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구체적으로는 차별금지, 근로조건 준수, 인도적 대우, 강제근로 금지, 아동노동 착취 금지,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산업안전 보장, 지역주민 인권 보고, 고객의 인권 보호와 관련된 정책 여부다.

K-ESG 가이드라인은 유엔 세계인권선언 제20조에서 제시하는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와 근로자 이해 대변 및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한 협의기구 유무와 실효성, 안전보건 추진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평가하도록 제시한다. 산업안전과 관련해서는 산업 평균을 고려한 산업재해율 현재 수준과 추세를 동시에 고려함으로 그 효과성을 평가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ESG 인권경영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자는 관념적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생산, 유통, 판매과정에서 관련되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구체적으로 지켜져야 함을 의미한다. 가령 근로자들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므로 건강을 잃게 된다면 근로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이며 비인도적이기도 하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폐수를 방출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주거환경과 안전성, 보건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인권 침해행위이다.

기업이 우수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협력사 또는 하청업체에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함으로써 노동기준을 위반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도 인권경영에 실패한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는 중지되어야 하며 기업은 선제적으로 예방될 수 있는 절차와 규정을 갖추어야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을 통해 공급망 상의 인권침해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 훼손을 하는 다른 기업과 거래 관계를 가짐으로 그들의 수익 창출에 이바지해서는 안 되며, 인권경영의 대상을 노동자, 소비자, 협력 업체, 지역사회 등으로 확산한 지침이다. 예를 들어 거래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低減)과 관련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일지라도 강제 노동, 인권탄압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인권경영의 취지에 맞는다는 것이다.

잠언 31장 8~9절 말씀에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즉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처지가 딱하고 어려운 약자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공정하게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원(伸冤)하다, 즉 더 적극적으로 가슴에 맺힌 원한까지 풀어 주라고 말씀한다.

최근 들어 국내외의 많은 기업이 인권경영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가령 POSCO 홈페이지에 공지된 ESG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세계인권선언,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유엔글로벌콤팩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권 관련 국제기준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인권경영 노력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키겠지만 결국 명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며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존귀하게 창조된 인간의 가치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물건은 구매하지 않는 가치 소비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다음 회, ESG 경영과 성경 속의 생물 다양성)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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