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동제안' 北인권결의안 채택…외교부 "인권 증진 나서라"

박현주 2023. 4. 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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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가 4일(현지시간)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엔 북한이 주민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직접 겨냥하는 대목이 처음으로 담겼으며, 한국도 5년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 방식(표결 없이 합의)으로 채택했다. 유엔 웹티비 캡처.


21년 연속 채택…공동제안 복귀


인권이사회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 방식(표결 없이 합의)으로 채택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올해까지 21년 연속 채택됐다.

외교부는 이날 결의안 채택 직후 임수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인권결의가 지난해에 이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하며, 한국은 5년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6년부터 북한인권결의를 컨센서스로 채택해왔으며, 이는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은 또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하며, 북한이 이번 결의에 따라 인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엔 인권 매커니즘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을 고려해 4년 연속으로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반동문화사상배격법 재검토"


지난해 결의안과 비교해 올해 추가된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2020년 말 제정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 대목이다.

결의안에는 북한을 향해 "독립신문과 기타 매체의 설립 허가를 포함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와 의견·표현·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한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특정 법을 겨냥해 북한 인권결의안에 명시한 건 최초"라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명시된 반동문화사상배격법 관련 대목. 유엔 인권이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결의안 캡처. 밑줄은 기자가 표시.


이외에도 이번 결의안에는 "강제 실종 관련 피해자 및 가족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것", "북한에 억류 중인 타 회원국 국민에 대한 보호 제공을 촉구", "북한에 건강이나 구금 조건에 관한 정보 없이 구금된 타 회원국 국민 문제에 대한 우려" 등 표현이 담겼다. 또한 "국경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생각을 주고 받을 자유"도 명시됐다.

이와 관련,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북한의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 대한 비판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가 정전협정 70주년인데 이번 결의안에 국군 포로의 제네바협약 상 송환권이나 강제노동 등 구체적 인권침해, 북한 내 억류자의 국적이나 성명 명시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날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북한인권단체 6곳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북한인권결의안에 국군포로와 억류자 관련 내용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결의안 채택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대성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결의안에 대해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정한 인권 증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음모를 담은 문건”이라며 비난하며 “인권이사회를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 무대로 만들려는 의도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4월 고비에 뭉치는 한·미·일


북한 인권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도 보다 긴밀해지고 있다.

오는 7일 서울에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간 대면 협의가 약 4개월만에 열린다. 이를 위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오는 6일 입국한다. 이날 한·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양자 협의도 열린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부터)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달 중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데다, 이달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기념일(4월 25일) 등 주요 기념일이 몰려 있는 시기다. 또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4월 26일)이 예정돼 있어 한·미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후나코시 국장은 방한 기간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도 진행한다.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는 국내에서도 큰 관심사"라며 "양국 간 주요 협의 채널을 복원하고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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