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물가 고통 반영해야” 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가량 많은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곧 임금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며 이같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시급 1만2000원은 올해 9620원보다 24.7% 높다. 월급으로 따지면 250만8000원(209시간 기준) 정도다. 양대 노총은 “지난 2년 연속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계산법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 본래 목적에 맞게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급등과 그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시급 1만2000원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올해 최저시급으로 1만890원을 처음 제시했지만 최종 요구안은 1만80원으로 내려갔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거쳐 올해 최저임금은 1만원 아래인 시간당 962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정해진다. 근로자위원은 노동계, 사용자위원은 경영계 인사가 보통 맡는다. 노사 측 의견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학계 인사로 주로 구성된 공익위원 목소리가 보통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크게 작용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 측은 내년 최저임금안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노동계의 요구안 발표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샅바 싸움’이 본격화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음연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하는 오는 8월 5일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노동계가 요구한 1만2000원까진 아니더라도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처음 돌파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시급은 2년 연속 5%대로 올랐다. 내년 인상률이 올해 대비 3.95% 이상이면 최저시급 1만원 돌파가 가능하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3.95%보다 낮았던 때는 1999년, 2010년, 2020년, 2021년 등 4차례에 불과하다. 경제가 얼어붙으며 물가가 매우 낮았던 때와 맞물린다.
주요 경제전망기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3% 중반, 내년 2% 중반 수준으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고물가로 인한 생계난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중이다. 경영계에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숙박ㆍ음식점업 등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조현숙ㆍ정진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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