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출근해도 월급1200만…채용비리에도 해고수당 챙겨준 금감원
하루만 출근했지만 월급 1200만원 수령
채용비리 직원도 해고수당 챙겨줘
은행 대출금리 부풀려도 '나몰라'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금품수수로 면직된 직원들에게도 '해고 수당'을 챙겨주고, 하루만 근무해도 월급 전액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각종 비용을 자의적으로 반영하며 대출금리를 부풀린 정황도 파악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채용비리로 징계 면직돼도 해고수당 지급
감사원이 4일 공개한 금감원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5년 이후 금품수수, 채용비리,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업무상 비위로 실형을 선고 받고 징계면직된 직원에게도 해고예고수당 290만~985만원씩 25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 30일 전에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을 때 지급하는 돈이다. 일종의 긴급 생계비인 셈이다.
앞서 2016년도 금감원 신입 공채 당시 채용을 총괄했던 전직 국장 A씨는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자제 B씨를 뽑기 위해 채용 인원을 늘린 혐의로 2018년 금감원에서 면직당했다. 2020년 대법원에서는 징역 1년형도 확정됐다. 그럼에도 A씨는 해고예고수당 619만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면 해고 관련 수당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금감원은 심한 비위를 저지른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놀아도 월급나와 …가짜 국·팀장들, 3년 간 문서 작성 0.5개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월급을 온전히 챙겨간 경우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월 보수 내역을 점검한 결과 근무일 15일 미만인 199명에게 총 15억여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루만 근무해도 월급 전액을 지급받은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2016년 2월에 퇴직한 직원 C씨는 그해 2월 중 단 하루만 출근했지만 월급 전액인 1214만원을 받았다. 임원으로 승진한 D씨는 직원으로 퇴직한 다음날 임원이 되면서 직원 보수 1200여만원과 임원 보수 1720여만원을 모두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에 파견된 직원들에게 국장·팀장급의 '가짜 직위'를 주는 경우도 드러났다. 대외관계에 필요하다는 명목아래 정식이 아닌 유사 직위를 주는 방식으로 46명을 초과 운영한 것이다. 이같은 유사 국·팀장 86명이 지난 3년 반 동안 금융자문 등으로 파견돼 근무하면서 작성한 문서는 41개에 불과했다. 일부는 무단결근도 일삼았다.
앞서 감사원은 2009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 유사직위를 두지 말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오히려 이같은 자리를 5개 늘려 46개 운영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유사직위를 폐지하고 복무 불량이 확인된 직원 5명은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은행 예금용 비용으로 대출금리 부풀려도 점검 안해
은행에 대한 실태 점검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은행이 예금자 관련 비용인 예금보험료나 지급준비금을 대출자의 가산금리 비용으로 반영하는 행위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2017∼2021년 예금보험료 3조4000억원, 지급준비금 1조2000억원을 '법적 비용' 명목으로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은 예금성 상품을 위한 비용"이라며 "금감원은 은행의 자율성 존중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비용의 부적정한 반영을 분석·점검하거나 조치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재산이 늘거나 신용점수가 올랐을 때 은행에 이미 받은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은행이 자의적으로 운영했음에도 실태점검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은행은 대출자가 늘어난 소득을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소득 증가로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금감원이 이를 파악하고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이 제도에 대해 2021년 운영 개선 방안만 마련하고 실태 점검에 소홀했다"며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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