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여론재판" vs 정진상 측 "오보 방지"…기자회견 놓고 신경전

이병준 2023. 4. 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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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판정에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공방을 공판정 밖에 끌고 나와 여론재판하자는 것입니다!” (검찰) “검찰 주장과 그걸 받아들인 언론 보도 내용 중 우리로서 ‘사실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을 적어도 그런 시간을 통해 코멘트하는 게….” (정진상 측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2차 공판. 정씨 측 변호사들이 전날 “재판이 끝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겠다”고 취재진에 공지하면서 검찰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기자회견이 실행된다면 검찰로서도 재판 내용이 정씨 측의 일방적 주장과 평가로 왜곡돼 중계되는 것을 막고, 오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에 “공판정 내에서 양측의 공방과 증거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소송 지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진상씨를 변호하는 김칠준 변호사는 “(1차 공판에서) 저희로선 검찰이 언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그동안 여러 경험 때문에 걱정했었다”며 “사실관계가 지나치게 왜곡되는 등의 경우 나름대로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을 취하는 건 어떠냐고 내부적으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따라 하고 싶은 얘기를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건 뭐라 하지 않겠다”면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행위는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 연 정진상 측 “CCTV 가짜? 근거 없어”


정씨 변호인단은 오전 재판이 끝난 오후 1시30분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청 비서실에 설치된 CCTV가 가짜라고 볼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성남시청 비서실은 유동규씨가 2013~2014년 정진상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곳으로 지목한 장소다. 지난달 29일 첫 공판에서 정씨 측은 성남시청 비서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며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장소”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해당 CCTV는 회로 연결이 안 돼서 촬영 기능이 아예 없는 ‘모형’”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씨 측 이건태 변호사는 “(검찰 주장은) 2018년부터 성남시청에 근무한 사람의 진술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사건) 4~5년 후에 근무한 사람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유동규씨가 “정진상이 ‘CCTV가 작동 안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도 정씨 측 조상호 변호사는 “정진상 실장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얘기한다”며 “2016년 한 인터뷰에도 CCTV 작동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증거 두고도 양측 격돌…檢 “재판 지연 방법”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두고도 격론이 이어졌다. 정씨 측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유동규씨가 진술을 번복한 후인 2022년 9월 이후부터의 피의자 신문 조서가 대부분”이라며 “진술을 번복하기 전의 유동규 신문 조서 등이 모두 법원에 제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복되기 이전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 신문이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유동규씨가 검찰에서 한 모든 진술을 이 법정에서 현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와서 이런 증거를 더 내라는 건 재판을 지연하는 방법이지 않으냐”고 맞받았다.

검찰과 정씨 측의 공방과 서증조사가 길어지면서 이르면 이날 시작할 예정이었던 유동규씨의 증인 출석은 연기됐다. 유씨가 안과 진료를 이유로 오는 7일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함에 따라 11일 재판에 유씨가 증인으로 나올 전망이다.

이날 재판에선 정진상씨의 보석(保釋)도 논의됐다. 검찰은 “정씨 범죄 중 특가법상 뇌물은 10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필요적 보석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관련자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증거인멸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사안이 중대함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보석을 불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정씨 측 김 변호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함께) 앉아 재판 준비를 일주일 내내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보석 허가가 되지 않으면 피고인의 양다리와 팔을 묶어놓고 재판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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