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036개 산림 태운 홍성...전국 산불, 단비에 모두 꺼질듯

신진호, 최종권, 황희규 2023. 4. 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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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53건이 모두 진화됐다. 이 가운데 피해 규모 100㏊ 이상인 대형 산불은 2일 2건, 3일 3건으로 1986년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흘간 산불로 주택과 공장 100여 채가 불에 타고 주민 10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4일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산불 위험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당국은 전망했다.

4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대흥동 마을에 있는 도선사가 화마를 피하지 못한 채 모두 타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다. 신진호 기자

4일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쯤 홍성 산불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2일 오전 11시쯤 산불이 발생한 지 53시간 만으로 산불 영향구역(산불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1454㏊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축구장(0.714㏊) 2026개에 달한다. 홍성 산불은 올해 들어 발생한 것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홍성 산불,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


홍성 산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34채와 창고 35동이 타고 지정문화재인 양곡사당도 불에 탔다. 마을주민 309명은 마을회관과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2일 발생한 홍성 산불이 3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길을 피하지 못한 주택이 모두 탔다. 신진호 기자
홍성에서는 지난 3일 오후 10시쯤 천년 고찰로 보물 399호인 고산사 대웅전이 한때 위기를 맞기도했다. 대웅전 200m 앞까지 불길이 다가오자 홍성군 공무원과 군인·소방대원이 고산사를 둘러싸고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강한 바람에 불길 확산…한밤중 주민들 대피


4일 오전 1시쯤에는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확산하면서 서부면 소리마을·속동마을 2곳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했다. 소리마을 박재윤 이장은 “산불이 난 뒤에 (마을) 이장들이 한숨도 못 자고 주변을 감시하던 중 불길이 번지는 걸 확인했다”며 “바로 대피방송을 하고 어르신이 사는 집은 전화를 돌리고 찾아가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4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 일대 산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흘동안 지속된 홍성 산불은 1454ha 규모의 피해를 입히고 오후4시를 기해 주불이 잡혔다. 뉴스1
홍성 산불 원인은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림 당국은 산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급히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불을 냈을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을 조사하고 있다.

대전 산직동 산불, 52시간 만에 주불 잡혀


2일 낮 12시19분쯤 대전 서구 산직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도 52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40분쯤 주불이 잡혔다. ‘산불 3단계’가 발령된 대전 산불 피해구역은 축구장 1000개가 넘는 752㏊로 추정되고 있다. 민가 2채와 임자 1채가 불에 탔고 주민 900명이 대피했다.
지난 2일 대전시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진 4일 산불 진화 작업을 위해 투입된 37사단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산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산불현장에선 주불 진화 발표에 맞춰 비가 내리자 “와~ 비다”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흘째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 얼굴에도 미소가 퍼졌다. “아유, 진작 내리지” “더 많이 와라”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주민 박권호(67)씨는 “큰 불길을 잡고 비까지 내려서 천만다행”이라며 “산불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더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 산불, 산림 475㏊ 태우고 진화


전남 함평군 대동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475㏊를 태우고 27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쯤 주불이 잡혔다. 산불로 공장 4개 동을 포함해 8곳이 불에 탔고 한때 주민 43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양봉장 쓰레기 소각을 산불 원인으로 추정했다. 전남 순천시 송광면 산불도 25시간 만인 4일 오후 3시10분쯤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산불 영향구역은 150㏊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전남 함평에 연이틀 이어진 산불로 피해를 본 신광면 한 공장이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1시23분쯤 발생해 한때 ‘산불 3단계’까지 발령됐던 경북 영주 산불은 19시간 만인 4일 오전 9시 주불 진화를 마쳤다. 산불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는 없지만, 산림 21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산림 당국은 보고 있다.

산림청 "재발 방지 위해 야간에도 인력 투입"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간에도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정확한 산불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록 충남 홍성군수가 4일 홍성군 서부면에 마련된 산불 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피해 상황을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기상청은 6일 오전까지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 북부와 전남·경북 북서 내륙, 경남 남서 내륙, 경남 남해안 30~80㎜, 서울과 인천·경기 남부·강원·충남·충북 북부·전북·경북 북부 내륙·경남 20~60㎜, 제주도 50~100㎜ 등이다.

비 10㎜내리면 이틀 효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비 10㎜가 내리면 46시간, 약 2일 동안 산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산불이 나면 나무는 물론 뿌리를 잡아주는 풀까지 다 타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이 크다”며 “비가 그친 뒤에도 온도가 높으면 수분이 바로 증발해 산불 위험성이 다시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대전·함평=신진호·최종권·황희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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