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036개 산림 태운 홍성...전국 산불, 단비에 모두 꺼질듯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53건이 모두 진화됐다. 이 가운데 피해 규모 100㏊ 이상인 대형 산불은 2일 2건, 3일 3건으로 1986년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흘간 산불로 주택과 공장 100여 채가 불에 타고 주민 100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4일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산불 위험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당국은 전망했다.
4일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쯤 홍성 산불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2일 오전 11시쯤 산불이 발생한 지 53시간 만으로 산불 영향구역(산불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1454㏊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축구장(0.714㏊) 2026개에 달한다. 홍성 산불은 올해 들어 발생한 것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홍성 산불,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
홍성 산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34채와 창고 35동이 타고 지정문화재인 양곡사당도 불에 탔다. 마을주민 309명은 마을회관과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강한 바람에 불길 확산…한밤중 주민들 대피
4일 오전 1시쯤에는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확산하면서 서부면 소리마을·속동마을 2곳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했다. 소리마을 박재윤 이장은 “산불이 난 뒤에 (마을) 이장들이 한숨도 못 자고 주변을 감시하던 중 불길이 번지는 걸 확인했다”며 “바로 대피방송을 하고 어르신이 사는 집은 전화를 돌리고 찾아가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대전 산직동 산불, 52시간 만에 주불 잡혀
2일 낮 12시19분쯤 대전 서구 산직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도 52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40분쯤 주불이 잡혔다. ‘산불 3단계’가 발령된 대전 산불 피해구역은 축구장 1000개가 넘는 752㏊로 추정되고 있다. 민가 2채와 임자 1채가 불에 탔고 주민 900명이 대피했다.
전남 함평 산불, 산림 475㏊ 태우고 진화
전남 함평군 대동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475㏊를 태우고 27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쯤 주불이 잡혔다. 산불로 공장 4개 동을 포함해 8곳이 불에 탔고 한때 주민 43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양봉장 쓰레기 소각을 산불 원인으로 추정했다. 전남 순천시 송광면 산불도 25시간 만인 4일 오후 3시10분쯤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산불 영향구역은 150㏊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림청 "재발 방지 위해 야간에도 인력 투입"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간에도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정확한 산불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 10㎜내리면 이틀 효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비 10㎜가 내리면 46시간, 약 2일 동안 산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산불이 나면 나무는 물론 뿌리를 잡아주는 풀까지 다 타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이 크다”며 “비가 그친 뒤에도 온도가 높으면 수분이 바로 증발해 산불 위험성이 다시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대전·함평=신진호·최종권·황희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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