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범, 살해땐 '폼나게 산다'며 갑부 부부 돈 받아온다 했다"

‘강남 코인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인 황모(36·구속)씨와 연모(30·구속)씨가 “주범 이모(35·구속)씨로부터 ‘코인업계에 있는 유모씨 부부가 수천억원대 자산가다. 이들과 갈등 관계에 있는 A씨(48)를 살해하면 유씨 부부의 비서 같은 역할을 하면서 폼나게 살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와 추가 공범으로 지목돼 최근 출국금지된 유모·황모씨의 공모관계를 거듭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황씨와 연씨는 지난달 29일 피해자 A씨를 납치·살해한 뒤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하고 도피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유씨 부부 두 사람에게 5000만원 정도를 받아올 테니 잘 숨어 있으라”며 향후 도피 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가 유씨 부부에게서 착수금 4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계좌 내역도 들여다 보는 한편 출국금지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중 황모씨와 연모씨는 이모씨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그 배후에 코인 자산가 부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부부와 이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유씨 부부가 실제 A씨 납치·살해 전후로 통화를 했거나 돈을 주고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의 경우 경찰 조사에서 유씨 부부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황씨·연씨의 진술 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 측은 이날 통화에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순 있겠지만, (배후에 유씨 부부가 있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복수의 P코인 투자자에 따르면, 피해자 A씨와 이씨, 그리고 유씨 부부는 P코인으로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다. A씨와 유씨 부부는 함께 P코인을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P코인 가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자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한다. 이후 A씨는 2021년 3월 이씨를 비롯한 P코인 투자자들과 함께 유씨 부부를 찾아가 호텔방에 감금하고 투자 손해를 복구하라고 공갈·강요했다는 형사사건에 연루됐다. 유씨는 투자자들이 A씨의 말을 믿고 자신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당초 A씨 회사에 일하며 2000만원을 받는 등 유씨 부부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지만, 후일 재력가인 유씨 부부가 투자자들에 일부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자 이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유씨는 전날(3일) 통화에서 “이씨와 돈거래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A씨 부부가 대전 쪽에 원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 대전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피의자) 황씨가 이씨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A씨 권유로 P코인에 투자한 입장”이라며 “투자 이후 돈을 받지 못했다. A씨 없으면 내가 돈을 못 받는데 해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P코인' 백서에 실린 프로젝트 배경. 2016년 발생한 세계 전체 사망자의 7.6%가 대기오염 때문이라는 WHO 통계를 인용했다. 백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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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피 의혹에도 연루…“P코인 상장 대가로 2000만원”

P코인은 2020년 11월 13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됐다. 발행사 U사는 P코인을 ‘블록체인 기반 미세먼지 정화 솔루션’으로 소개하면서 “P코인은 사용자가 공기질 데이터를 제공할 시 보상으로 제공되며 P코인 생태계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공개돼 있는 P코인 전국 영업자 워크숍 영상을 보면, U사 대표 이씨는 “P코인을 마스터카드에 담아 현금화할 수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런데 P코인이 코인원에 제출한 외부평가보고서(토큰인사이트)에는 P코인과 U사에 대해 “주요 제품들이 출시됐지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운영 상태를 보여줄 자료가 없다” “핵심 구성원들은 관리, 마케팅, 기술 면에서 경험과 자원을 보여주지만 기후·환경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인다” 등의 평가가 담겼다. 이 보고서는 P코인의 등급을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라 불확실성이 있다”며 ‘CCC’(10단계 중 4번째)로 매겼다.

P코인은 코인원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코인 상장 브로커가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 2명에 뒷돈을 건넨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지난 7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장 브로커 고모씨 공소장에 따르면, 고씨는 자신의 청탁대로 P코인이 코인원에 상장된 뒤 2020년 11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000만원과 1105만9000원 상당의 암호화폐 테더(USDT)를 각각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와 상장팀장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하준호·최서인·김민정 기자 ha.junho1@joongang.co.kr